박영선 청주오송도서관 사서

 

집이란 무엇일까? 집이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단순히 비와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지어진 공간이라는 ‘집(house)’과 살고 있는 사람의 생활과 추억이 묻어나는,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집(home)’.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집’은 어떤 의미에 더 가까울까. 처한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독립한 청춘들의 보금자리는 작은 원룸이다. 그 곳에 정을 붙이고 자신의 개성대로 꾸미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미래의 진짜 ‘집’을 꿈꾸며 그냥저냥 살고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여자 그 남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로 다른 집에서 나고 자란 청춘남녀가 처음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더 나아가 퇴직 후 어색하게 긴 시간 얼굴을 마주봐야하는 중년과 노년의 가정에서 벌어지는 당혹스런 갈등상황을 현명하고 재미있게 해쳐나갈 수 있는 팁을 ‘집놀이’라는 신선한 개념을 통해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미혼 혹은 비혼족과 황혼이혼의 위기에 처한 노부부를 위한 집놀이를 함께 안내함으로써 ‘집’이 단순히 여자와 남자가 함께 있어야만 가질 수 있는 개념은 아니라고 일깨워준다.

‘집놀이’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에서 요모조모 궁리하고 무엇이든 실행하는 ‘일상의’ 놀이이다. 집놀이의 기본조건은 ‘스스로 한다.’ ‘같이 한다.’ ‘자기식으로 한다.’ 총 세 가지이다. 대궐같이 크고 모델하우스처럼 깨끗한 집은 스스로 집안일을 해내기 힘들다. 또한 여자와 남자가, 아이와 부모가, 온 가족이 즉, 집에 살고 있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 내가 집의 구성원과 함께 집을 가꾸고 그 속에서 즐겁게 살 수 있는 궁리를 하고 실천하는 것이 ‘집놀이’인 것이다.

저자는 네 가지 주제를 통해 집놀이를 소개한다. 첫 번째 주제 ‘싸우며 정드는 집’은 집에서 여자와 남자가 덜 싸우며 살 수 있는 집놀이를 소개한다. 싱크대의 높이를 남편의 키에 맞춤으로써 부엌을 공동의 공간으로 만드는 평화적인 가정분담, 집에서 함께할 수 있는 그들만의 특별한 놀이를 개발하는 것 등 여자와 남자가 함께 살면서 시작되는 끝이 없는 사소한 분쟁과 사건들을 현명하고 즐겁게 해쳐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두 번째 주제 ‘아이가 쑥쑥 자라는 집’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랄 수 있는 집놀이를 소개한다. 아이가 아이다울 수 있는 집,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집을 강조하며 일터와 똑같이 모던한 집이 아닌, 즐겁고 놀이 같은 집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세 번째 주제는 ‘작은 집도 크게 사는 집’이다. 저자는 바깥 공간 혹은 공용공간이 있는 ‘한 채 같은 집’과 ‘온 동네가 나의 마당’이라는 개념을 통해 나의 공간을 확장시킬 수 있는 집놀이를 소개함으로써 ‘내 집을 마련하면’,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 같은 약한 마음을 타파해준다.

마지막 네 번째 주제 ‘집같이 사는 집’은 집놀이의 궁극적인 목표인 ‘집’다운 집을 만드는 법이다. 단순히 몸을 쉬거나 잠을 청하는 공간이 아닌, 떠올리면 편안하고 즐거움을 주는 공간, 집안 곳곳에 인생의 한 장면이 숨어있는 집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집놀이의 필수요건을 두 가지 꼽았다. 하나는 놀이친구이며 다른 하나는 놀이하고픈 마음이다. 집의 구성원과 어떻게 하면 함께 이 집을 집답게 만들 수 있을지, 혹은 같이 살지 않더라도 마음이 맞는 누군가와 어떤 것이 집다운 집인지 같이 의논할 상대가 없으면 집놀이는 성립될 수 없다. 집놀이는 공간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제는 공간활용능력이 아닌, ‘공간감수성’을 키워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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