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냉전 상태가 곧 종식될 전망이다. 한반도의 70년 냉전을 허물 게 될 ‘세기의 담판’이 열리는 날이다. 오전 9시부터 진행될 북미 정상간의 단독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의 명운이 걸렸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이다. 이 둘의 맞교환이 성사된다면 한반도에 냉전이 종식되고 따뜻한 평화가 오는 것이다. 그야말로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곧바로 남북미정상이 만나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지만 북미간의 단계적 해결이라는 방법론에서 다소 밀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오늘 회담에서 상징적인 종전 합의를 이끌어내고 실제 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은 추후도 가능하다. 종전 65주년인 7월 27일 판문점 종전선언이나 북미간 2차 회담이 이뤄질 경우 이 때 발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록 정치적이고 형식적인 절차지만 남과 북으로서는 종전선언의 의미가 매우 크다. 65년 휴전상태가 종식되는, 그야말로 이념갈등으로 점철됐던 전쟁의 종결을 의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평화협정 보다는 법정 구속력이 없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지만 전 세계를 향해 핵심 당사국들이 모여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미회담이 끝나는 순간까지 기대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문제다.

오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북측의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가 접점을 찾는지 여부가 북미정상회담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기존 핵무기,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반출 등을 요구해 왔는데, 이에 대해 북한이 초기에 얼마나 강력하고 확실한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따라서 미국은 비핵화 합의문에 어떻게든 CVID와 관련한 문구가 들어가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위한 절차나 시한 등도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이는 일괄타결을 요구해온 미국이 한발 물러서 비핵화 초기 조치와 사찰·검증·이행보상까지 시간표를 정밀하게 짜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느 수준까지 합의점을 만들어내고 통 큰 결단을 해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두 정상의 공동선언문에는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큰 틀에서의 포괄적 합의를 담고 구체적 이행 시간표와 방법론 등 세부사항은 후속회담에서 조율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세기적인 담판이 한 번의 회담으로 끝날 수는 없는 문제다. 양측은 2차 북미 정상회담, 북·미 고위급 회담, 남북미 정상회담 등 후속 회담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반목과 대립의 70년 역사를 가진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마주 앉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의 갈등구조를 허무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냉전 구조 해체로 가는 위대한 청사진이 나오길 기대한다. 세계에서 단 하나 남은 냉전관계가 두 정상의 합리적인 선언으로 종식돼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되기를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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