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직업 중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정치인이 가장 낮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국민들이 정치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선거 때마다 난무하는 허황된 공약이 있겠고 그 다음에는 유권자들 앞에서 상황에 따라 바뀌는 ‘말의 성찬’이다. 아무리 선거 때만 되면 의례적으로 표현하는 과도한 관심이라지만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됨됨이를 재는 척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유권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선거기간의 말 한마디는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거니와 다 이긴 선거도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 정태옥의원의 인천·부천지역 주민들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고 일반 유권자들 사이에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정 의원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천시가 실업률, 가계부채, 자살률 등이 광역자치단체 중 꼴지 수준이라는 지적에 대해 “유정복 시장(자유한국당)이 들어와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10년 전, 5년 전에도 그렇다. 인천이란 도시가 그렇다”고 전제하며 “인천은 제대로 안 된 직업을 갖고 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서울에 살던 사람이 양천구, 목동에서 잘살다가 이혼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 남구 쪽으로 간다”라고 말해 지역 비하 논란을 자초했다.

정 의원은 2010년에서 2013년까지 인천시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사람으로 2016년 20대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대구 북구갑에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이후 홍준표대표에 의해 한국당 대변으로 활동하다 이번 지역비하 발언으로 자진사퇴 했다. 하지만 자진사퇴 정도로 끝날 것 같지 않다.

한때 인천시 공무원으로 일했던 사람이 인천과 부천지역의 특징을 그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고 보여 진다. 오랫동안 인천과 부천에 대한 인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공당의 대변인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 평상시 정 의원의 인식에 기가 찰 노릇이다.

정 의원은 논란이 확산되자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모든 책임을 지고 한국당 대변인 직을 사퇴함으로써 진정성을 표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앞뒤 행보로 보아 결코 진정성을 발견할 수 없다.

인천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돼 있다면 당연히 인천시를 이끌어온 수장에게 큰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지라고 유권자들이 신중하게 투표하는 것이다. 현직 시장을 두둔하기 위해 전체 지역주민들을 인생의 패배자로 몰고 간 것은 어처구니없는 책임회피성 발언이자, 지역주민을 폄훼하는 발언이다.

유권자들은 다시 한 번 투표의 공정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 유권자들을 무시하고 지역주민을 폄훼하는 정치인은 근본부터 싹을 잘라야 한다. 아무리 정치인들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지만 조금씩 바로잡아가야 하는 것 역시 유권자들의 몫이다. 민주주의 꽃인 투표가 존재하는 이유다. 정당한 투표로 권력만을 탐하며 물불 가리지 않는 막말 후보자들을 가려 정당한 주민권리를 갖도록 해야 한다. 한국당이 11일 정 의원의 징계를 위해 윤리위원회를 연다. 솜방망이 처벌로 눈 가리고 아옹하듯 넘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