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국회가 열렸지만 여야가 4대 법안과 공정거래법 등을 놓고 대립을 계속해 국민들의 피곤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폐지와 사학법, 언론관계법 개정, 과거사진상규명법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과 공정거래법 통과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자세이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필사적 저지를 주장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여당은 시대착오적 법안이므로 완전폐기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나라당은 당력을 총동원해 저지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처럼 여야가 자신들의 당론만 고수하려고 든다.

이와같이 타협의 여지없는 대결구도가 고착될수록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실망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할 때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회에서 토론하는 게 당연하지만 우리의 국회는 미리 정해 놓은 자신들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은 채 상대의 양보만 촉구한다. 나아가 이에 그치지 않고 애초에 정한 방침을 양보하거나 수정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마치 패배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더욱 대화를 어렵게 만든다.

국보법의 경우 열린우리당이 폐지방침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한 개정을 주장하는 한나라당과의 조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학법도 관계 당사자인 사학이 집단으로 반발하는데도 정권의 정통성과 결부된 듯한  태도로 일방적으로 밀어 부치려는 심산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언론관계법이 여당에 비판적인 일부 신문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는 또 뭔가. 무조건 반대하는 투의 한나라당도 비판받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이들 4대 법안에 포함돼 있는 긍정적 요소들을 한꺼번에 무시하자는  뜻은 아니다. 4대 법안이 시대적 요구를 수용한 부분도 적지 않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법안이라도 야당과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숫자의 힘만 내세워 강행처리를 다짐하는 것은 더욱 지양해야 할 구태이다. 더구나 위헌요소를 비롯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된 법안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요인은 법안 자체 뿐 아니라 처리과정도 예외가 아님을 여야는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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