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풍원이 마을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대주님 덕분에 이런 비린 반찬도 먹어보게 되었으니 고맙소이다.”

최풍원의 말을 받아 늙스그레한 촌로가 인사치레를 했다.

“최 대주는 이번에 우리 마을에서 만든 대바구니 값으로 소금과 베도 가지고 왔다우. 내일 날이 밝으면 고르게 나눠줄테니 그리들 아시우!”

“그깟 대바구니 좀 만들어주고 소금에 베까지 너무 염치없소이다.”

버들쟁이 구 씨 말을 듣고, 그 촌로가 최풍원에게 인사를 차렸다.

“노인장, 다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날 수산장에서 구 형이 지고 온 바구니를 몽땅 샀었는데, 물건이 정말 좋아 이번에는 이쪽 사정은 알아보지도 않고 사람을 보내 무조건 만들어달라고 했으니 마을분들에게 제가 염치없는 짓을 했습니다. 앞으로 구레골에서 나오는 대바구니는 우리 북진임방에서 몽땅 도거리할테니 여기 모이신 어르신들께서 허락을 좀 해주시오.”

“최풍원이 구레골 대바구니를 몽땅 도거리하겠다고 말했다.

“도거리할 물건이나 되겠소이까?”

버들쟁이 구 씨가 물었다.

“그건 또 뭔 소리요?”

물건을 팔아주겠다는데 도거리 할 물건이 되겠느냐는 구 씨의 말에 최풍원이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

“우리 마을에서 일년 내내 만드는 것도 아니고 농한기 때 잠시 가용에나 보탤까 해서 심심풀이 겸 만드는 것이 바구니인데 그 양이 얼마나 되겠소?”

버들쟁이 구 씨의 말은 이랬다. 구레골에서 바구니를 만드는 시기는 겨울 한 철이었다. 겨울에만 남정네들은 마을 사랑방에서 아낙들은 집에서 바구니를 만들었다. 구레골에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농삿일이 없어 손이 노는 겨울철이나 돼야 그런 가욋일을 하는 것은 다른 마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봄이 되어 농사철이 시작되면 가을 추수 때까지는 들어앉아 바구니를 만들 겨를이 없었다. 그러니 한철에만 만드는 바구니 양이 얼마 되지 않았고, 도거리를 할 정도는 더더욱 아니었다. 버들쟁이 구 씨는 그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럼 일년내내 만들면 되지 않겠소?”

“그게 돈이 되겠소이까?”

“왜 돈이 되지 않소?”

최풍원이 반문했다.

“바구니 값이 얼마나 한다고 일삼아 그걸 만든단 말이오? 산에 올라가 약을 캐던지 밭일을 하던지 해야 돈이 되지, 대나 엮고 앉아 있다가 식구들 다 굶길 일 아니오?”

“바구니를 만드는데 왜 굶긴단 말이오?”

“최 대주 생각을 해보시오. 바구니라는 물건이 한 번 사놓으면 몇 년이고 쓰는 물건이고, 또 웬만한 집에서는 직접 만들어서도 쓰는데 그걸 일년내내 만든다고 해도 누가 그걸 사간단 말이오.”

“내가 도거리하겠다 하지 않았소?”

“최 대주는 그렇게 많이 사다가 그걸 다 뭘 하겠느냔 말이요. 그 많은 걸 어디에다가 다 판단 말이오?”

지금가지는 구레골에서 겨울 농한기 때만 바구니를 만들었다. 그래도 겨우내 마을사람들이 작업을 하면 그런대로 꽤 많은 양의 바구니를 만들 수 있었다. 버들쟁이 구 씨는 그런 동네사람들의 바구니를 팔아 돈을 만들기 위해 틈나는 대로 가까운 장만 돌며 장사를 했던 것이다. 문제는 한 겨울에만 만든 바구니도 잘 팔리지 않아 어떤 때는 새 바구니를 만드는 겨울까지 남아있을 때가 있었다. 버들쟁이 구 씨는 겨울 한 철만 만들었을 때도 재고가 쌓일 정도인데 일 년 내내 만들어놓은 바구니를 도거리해다 어떻게 할 거냐는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구레골 바구니를 한양으로 올릴 생각이오. 청풍 언저리에서만 판다면 그 많은 양이 필요 없겠지만 한양같은 대처에는 워낙에 많은 사람이 사니 소문만 나면 그걸로도 어림없을 것이오. 무엇보다도 구레골에서 만든 바구니는 모양새도 질도 뛰어나니 충분히 팔릴 것 같은 확신이 섰소! 이번에 만들어달라고 했던 대바구니는 우리 북진본방에서 공납하는 물산들을 담아 운반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눈썰미 있는 장사꾼이라면 필히 보고 기별을 해 올거요!”

최풍원은 확신하고 있었다.

비록 충주 윤 객주 상전의 입김으로 대궐 단오잔치에 쓰일 물산들을 공납하게 되었지만, 최풍원은 이번 기회를 최대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한 번 물산을 공납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북진본방의 이름을 걸고 청풍 인근에서 나는 최고의 물건들만을 엄선해 올려보냄으로서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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