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 재개를 공식화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최근 며칠간 우리 정부를 혼란스럽게 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차 남북정성회담을 갖고 기자회견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12일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곧바로 3국 정상이 모여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조심스럽게 내비친 것이다. 이렇게만 이루어진다면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이만한 좋은 성과가 없을 듯하다.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과 현재까지도 판문점에서 접촉이 계속되고 있는 북미 실무회담 등의 진행상황을 볼 때 12일 북미회담의 성공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행도 기대해볼만 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형식이나마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것은 매우 절실하고 중요한 일이다. 아직도 전쟁 중이라는 휴전 상태로 65년을 지나왔다. 세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많은 국민들이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아왔다. 전쟁이 일시 중단된 휴전 중이라는 의식이 일상생활의 밑바닥에 깔려 사회 저변에 불안과 갈등을 양산했다. 남북미 정상이 만나 종전선언을 하게 된다면 곧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한반도가 전쟁에 대한 공포 없이 안정된 제체 속에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음을 의미하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선언에서 정전협정체결 65주년인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겠다고 뜻을 모은 바 있다. 이미 남북 정상이 합의한 상황에서 종전을 알리는 의식만 남은 셈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북한의 과도기적인 안전 보장에 대한 약속을 종전선언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 재개와 종전선언 논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오는 12일 남북미 종전선언까지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실무차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검토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도 어느 정도 달라졌다. 북한 측이 제시하는 단계적 비핵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북의 완전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한순간에 해결할 수 없음을 인지한 것이다. 남북미 종전선언은 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연동되는 만큼 주요 의제인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이 마지막까지 얼마나 합의점을 이루느냐도 관건이 이다.

북미 정상회담 초반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 협상에 유리할 것인가를 두고 북한과 미국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모든 업적을 자신이 갖고 싶어 하는 트럼프로서 언제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 유리한지 따져볼 것이다. 세기의 이벤트가 될 종전선언을 트럼프는 최대한 자신이 빛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갈 것이다. 청와대가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이유다. 트럼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봐야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역사적 비애다. 부디 문 대통령의 기대대로 6·12 싱가포르 북미회담이 끝나고 이튿날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넘어가는 시나리오가 적중하길 바란다. 우리민족이 65년을 염원해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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