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중국의 거리를 걷다보면 ‘철의 장막’이란 말이 떠오른다. 건물이 없는 공터는 물론이요, 학교나 관광서나 아파트까지도 높다란 ‘장벽’으로 둘러 싸여 있다. 그런데 거기에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사상’ 등 국가의 시책을 홍보하거나, 국민을 계도하는 교훈적인 문구들이 붙어 있다. 더러는 중국고전에 나오는 명언들도 있어서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한다.

어느 날 ‘애인자(愛人者)는 인항애지(人恒愛之)하고, 경인자(敬人者)는 인항경지(人恒敬之)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다른 사람을 공경하는 사람은 사람들로부터 공경을 받는다’는 글귀를 발견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필자는 국내에서 한때는 한문을 지도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장 좋아 했던 문구가 바로 이것이었다. 학생들에게 마음에 새겨 ‘좌우명’으로 삼으라고 당부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에겐 명심하라고 당부하면서도 정작 필자 자신은 잊고 살아온 것이다. 

필자는 지금 중국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중국인, 일본인, 러시아인, 중국인 등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외국인 교사들은 학교에서 제공한 5층 건물의 3층에서 거주하고 있다. 필자와 동갑인 일본인 남자 선생은 바로 필자와 나란히 옆방에 있다. 그는 전형적인 일본인으로서 미덕을 갖춰져서 배울 점이 많았다. 일본의 교육목표가 ‘예절바른 일본인’이라더니, 그는 무엇보다도 근면하고 예절이 바르다. 그러나 ‘겉과 속이 다른 일본사람!’이란 부정적인 선입관 때문인지 마음이 열리지는 않았다.

이곳 외국인 선생님들의 공통적인 애로사항이 정수기의 물통을 운반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다보니 3층까지 물통을 들고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어느 날 손수레에 정수기 물통을 숙소 아래까지  끌고 온 그를 만났다. 그보다는 기운이 센 필자는 물통을 빼앗아(?) 번쩍 들어 어깨에 메고 단숨에 그의 방문 앞에 놓았더니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데, 아내가 지켜보니 ‘열 세 번이나’ 고개를 굽신굽신했다고 한다.

외국에 나갈 때 가장 효과적인 선물이 ‘한국의 김’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큰 돈 안들이고 상대방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게 ‘김’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사는 그에게 김은 밥을 싸서 먹으니 최고 반찬인가 보다. 엄청 좋아한다. ‘동병상련’이라더니 칠순이 넘은 나이에 이국에서 고생하는 게 아닌가?  필자의 마음도 차츰 열리기 시작했다. 하루는 일본에서 왔다면서 선물을 그가 가져왔다. 일본 특유의 문양이 새겨진 ‘접시 세 개’와 속에 ‘술병’이 들어있는 박스와 노인들이 좋아한다는 대형 일본제 ‘영양갱(營養羹)’이었다.

장벽은 ‘닫힌사회’를 상징한다. 현대는 ‘열린사회’를 지향한다. ‘장벽’을 허물어야, 소통이 되고 열린사회가 된다. 배달민족의 염원도 남과 북이 합심해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이렇게 필자는 닫힌사회의 상징인 ‘장벽’에서 ‘장벽’을 허무는 글귀를 발견하고, 한·일간의 우정의 가교를 놓을 수 있었다. ‘애인자는 인항애지하고, 경인자는 인항경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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