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풍원이 자신의 북진본방으로 물건들을 가져오면 언제든지 사들이겠다고 했다.

“내가 여적지 주막거리에서 장사하며 팔도 장사꾼들을 만났어도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북진에 뭔 장이 선단 말인가?”

주막집 할멈은 금시초문이라며 최풍원의 말을 반신반의했다.

“북진에 큰 장사집이 생겼으니, 여기 주막에 오는 장사꾼들이나 마을 사람들에게도 많이 소문을 내주시오!”

최풍원은 북진본방의 존재를 알렸다. 그래도 주막집 할멈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여기 할멈네 주막집처럼 우리 북진본방은 항시 문을 열어놓았으니 좋은 물건이 있으면 아무 때라도 우리 상전으로 오라 해주시요!”

최풍원이 다시금 주막집 할멈에게 북진본방을 알려줄 것을 부탁했다.

어느 곳이고 주막집처럼 빨리 소문을 듣고 퍼지는 곳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막집은 사시사찰 온갖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드나들기 때문이었다. 장사꾼들은 물론이고 일반 나그네들도 이곳에서 먹고 자며 필요한 정보들을 얻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자기 것을 남에게 알리는 장소로도 주막집은 매우 유용했다. 무슨 이야기고 주막집에 풀어놓으면 천리만리 설설 풀려나갔다.

“강수야, 나귀 궤짝 속에서 미역 뭇에서 한 장 빼 오거라!”

최풍원이 동몽회원들과 함께 요기를 하고 있던 강수를 불렀다. 강수가 주막집 삽작 밖에 매어놓은 나귀의 등에서 궤짝을 내려 끌렀다.

“대주, 가져왔습니다!”

“할멈에게 드리거라!”

“아이고! 이 귀한 것을 워째 날 준다나?”

주막집 할멈이 손으로는 받으면서도 입으로는 사양하는 체 했다.

이런 산골에서 미역은 귀하고도 귀한 바다 것이었다. 이런 내륙 깊숙한 곳에서는 몸을 풀고도 미역국을 구경하기 힘들었다. 운이 좋아 산후 조리로 먹는다 해도 어느 택택한 집에 사놓은 미역을 손바닥만큼 얻어다 냄새만 풍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조차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는 미역국이 되는 아낙네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 귀한 미역을 한 장이나 통째로 주니 주막집 할멈이 염치 불구하고 손을 내미는 것은 당연했다.

“우리 북진본방 소문을 잘 내달라고 주는 것이오!”

최풍원이 주막집 할멈에게 뇌물을 먹이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소금 먹은 놈이 물을 들이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애당초 받아먹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뭐라도 얻어먹으면 그것이 마음에 걸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소금 먹은 놈이 갈증을 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우리 주막에 오는 사람들에게 사방팔방 소문내 줄께!”

 주막집 할멈에게 벌써 약발이 나타나기 시작했나보다.

“우리는 해떨어지기 전에 송계에 닿아야하니 떠납니다!”

최풍원이 주막집을 나서며 할멈에게 말했다.

최풍원과 동몽회원들이 다시 길을 재촉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처럼 험하지는 않았지만 서창에서 송계까지는 아직도 만만찮은 거리가 남아 있었다. 주막거리를 빠져나와 원서창이 가까워지자 강이 나타나며 오른쪽 상류로 청풍에서 내려오는 남한강 본류와 삼탄에서 내려오는 지류가 합류하는 용초 여울이 보였다. 강물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강물을 따라 끝없이 모래 둔덕이 펼쳐졌다. 햇빛에 반사된 모래사장과 강돌이 반짝반짝 눈을 부시게 했다. 본강과 갈라진 샛강을 따라 송계로 가는 길이 강가 절벽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송계는 절벽 위로 난 길을 따라 한수 쪽으로 내려가다가 한수 못미처 성천과 광천이 합류하여 시루미로 내려오는 물과 송계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다시 합쳐지는 복평 쯤에서 왼쪽으로 꺾어 거기서도 다시 십 여리를 더 올라가야 했다.

“대주님, 오늘은 송계에서 잘 건가요?”

“아무래도 그래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패를 나눠 한 머리는 북진으로 가고 우리는 덕산으로 가야할 것 같구나.”

“패를 나눈다니요?”

“삼백 개나 되는 바구니를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가 있겠느냐? 어차피 본방으로 갈 물건이니 동몽회원 중 둘만 뽑아 먼저 보내는 것이 좋겠구나. 그리 알고 미리 채비를 해두거라!”

“알겠습니다, 대주님!”

강가 절벽 길을 따라 송계로 가는 길에는 마소 숨소리와 사람들의 발소리만 들릴 뿐 한적하기다. 가끔씩 발끝에 채여 강물로 떨어지는 돌 소리만 첨벙첨벙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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