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연두빛 새순이 짙어가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이 날, 부부의 날, 감격에 넘치는 날들을 연이어 보내면서 가족사랑과 가정의 소중함이 짙어가는 신록처럼 느껴진다. 이 소중한 가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인생길을 동행(同行)하는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둘이서 하나가 되는 5월 21일 부부의 날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결혼은 아름다운 축복이지만 평생 살아가면서 좋은 남편이 되고자 좋은 아내가 되고자 동행(同行)하는 아름다운 노력은 이 세상을 밝게 하는 등불이 되고 디딤돌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한가정의 어버이가 되어 가정을 이끌어가는 막중한 책임을 다하며 살아가는 길은 무지갯빛 비단길이 아니요 고비 고비마다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그래서 부부의 동행은 서로 힘들 때 서로 위로하고 사랑으로 감사하며 살아가는 길이다.

내 나이 30에 이르러 아내와 만남이 이루어진 것은 노총각선생이란 매력도 있었지만 팔남매의 맏이란 무거운 책임 때문에 나를 선택하는 규수는 드물었다. 하지만 여동생을 먼저 시집보내고 나니 무남독녀로 곱게 자란 규수가 고독과 외로움이 한(恨)이 되어 형제 많은 나를 선택함으로서 인생의 동행은 출발됐다. 지금까지 50여년을 함께해온 세월은 험난했다. 셋방살이 신혼살림에서 내 집 장만에 이르는 가시밭길을 무던히도 참아 왔고, 살아오는 동안 병든 부모님 병 수발에 봉제사(奉祭祀) 받들며 힘들다 불평 없이 숙명으로 여기며 4남매를 길러온 아내에게 정말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이제는 젊은 날의 그 곱던 얼굴이 어디로 가고 주름살만 늘어가고, 구부러진 등과 허리, 하얀 서리 내린 머리! 한평생을 동행하며 살아온 끈끈한 정! 그것이 고달픈 영혼의 흔적인지 보면 볼수록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인생의 결혼은 행복의 꿈을 꾸는 무지개였지만 살아온 한평생은 끊임없는 도전의 길이요, 새로운 창조의 길이었다. 돌을 하나 둘 주어다 공들여 돌탑을 쌓아가듯, 까치가 나뭇가지를 하나하나 물어다 둥지를 틀고 사랑하는 새끼를 기르듯이 몸부림치며 살아온 동행(同行)의 길이었다.

혼족, 혼밥, 혼술, 이란 유행어처럼 홀로 사는 1인가구는 전체가구의 25%에 달하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그중에는 독신주의자 취업 못한 청년도 있겠지만 강제 해직을 당해 이혼(離婚)과 졸혼(卒婚)한 사람도 많다. 이익공동체에서 버림받고, 운명공동체인 가정이 핵가족화 되었다지만 그 곳에서도 소외당하고 나면 인간의 삶이 종말이 오는 것이 아닐까. 고독을 못 이겨 자살 하는 사람이 OECD국가 중 제일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 한다.

남녀가 서로 힘을 합해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가정이 행복해야 험악한 사회도 아름다워지고 나아가 국가도 건전한 복지국가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5월의 가정의 달을 보내며, 부부의 날! 아름다운 동행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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