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림 청주 상당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갑질’이란 계약 권리상 쌍방을 의미하는 갑과 을의 관계에서 ‘갑’의 어떠한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신조어이다. 계약서 내, 원칙상 평등해야 하는 갑을의 의미는 변질된 지 오래다. 권력의 우위에 서서 약자에게 부당한 행위를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갑질. 최근 이 갑질 논란에 국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온 국민이 평등한 평등주의를 추구하는 나라이다. 그런데 ‘갑질 논란’은 평등이란 단어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금 우리는 신분제 사회의 연장선에 서 있는가?

최근 뉴스를 볼 때마다 모 항공사의 갑질에 관련된 제보, 영상이 끊임없이 나온다. 특히 이 항공사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마침내 국민의 심판대 앞에 섰다. 그들이 저지른 모든 언행이 스크린에 비친 단 한 번의 눈물과 사죄로는 용서받을 수 없었고 국민의 반응은 참혹하리만치 냉담했다.

비단 항공사뿐만 아니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대기업들이 갑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재벌들과 기득권층 앞에 ‘을’로서 서 있을 것이다. 그들의 안하무인적인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특히 한국의 많은 대기업들은 정경유착을 통한 각종 특혜와 더불어 가족경영과 세습으로 한국만의 독특한 경영구조를 만들어냈다. 재벌 1세대들이 맨땅에서 일군 땀과 눈물의 기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있는 현 세대 재벌의 권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모든 대기업이 그렇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다. 맹수에게는 날카로운 이빨과 뾰족한 부리가 있다. 인간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는 ‘도덕’이라는 개념이 있다. 다른 동물보다 빠르지도 않고 위협적이지 않지만 도덕이 있어 강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질서를 지키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를 지켜갈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돈이 많고 누군가는 힘이 세고 누군가에겐 권력이 있다. 그들이 가진 개성이 제각각이고 잘 하는 분야가 다를 뿐이며 다른 사람보다 무언가를 더 가졌다고 해서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누구보다 평등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