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이 결국 사라지게 생겼다. 24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한 지 60일 째 되는 날이다. 개헌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국회는 이날까지 처리해야 하지만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며 본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권 초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던 과거 대통령들과 달리 청와대가 개헌을 주도하며 분위기를 띄웠는데 이를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쉽기만 하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118석이다. 설사 민주당이 단독으로 본회를 열어 참석한다고 해도 개헌안 표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 192석(총 288석 중 3분의2)을 채울 수 없어 표결은 무의미하다. 더욱이 이는 40여일만에 겨우 정상화된 국회를 다시 파행으로 몰고 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결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어차피 대통령 개헌안의 국회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굳이 강행해 물의를 일으킬 필요는 없다. 야당도 개헌안의 세부 내용이나 처리시기에 입장차를 보인 것이지 개헌 당위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개헌 불씨를 아예 꺼트리는 방향으로 가서는 곤란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3일 “개헌을 논의하는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가 6월 30일까지 교섭단체간 국민 개헌안을 만들고 반드시 완수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도 이날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이 개헌안을 철회하면 멈췄던 국회의 개헌 열차가 출발하고 초당적 합의를 통해 개헌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개헌안이 무력하게 주저앉으면서 청와대와 정치권의 개헌 의지도 시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개헌 추진 동력으로 삼았던 6·13 지방선거 동시 투표가 무산된 탓이 크다. 사실상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은 다른 현안들에 매달려 개헌 논의 재점화를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드루킹 특검과 민생과 개혁 입법 등으로 정쟁은 계속 될 것이고, 거대 양당이 새 지도부 구성에 들어가는 등 굵직한 이슈들이 예정돼 있어 개헌에 몰두하기가 쉽지 않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의 성과물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한층 성숙해졌고, 시민 의식은 높아졌다. 거기에 맞춰 30년이나 지난 헌법 체제를 바꾸자는 국민의 염원은 분명하다.

여야가 합의만 하면 개헌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나라의 명운이 걸린 개헌에 여야는 초당적으로 협력해 개헌 촛불을 살려내야 한다. 특히 민주당과 한국당은 6월 개헌 무산에 대한 책임이 무겁다. 양당은 당장 국민투표법부터 개정하고, 합리적 대안을 도출해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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