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열린 21일 국회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무기명 투표로 실시된 홍문종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총투표 275명 가운데 찬성 129표, 반대 141표, 기권 2표, 무효 3표로, 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찬성 98표, 반대 172표, 기권 1표, 무효 4표로 각각 부결됐다.

홍 의원은 사학재단을 통해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염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청탁 의혹 등으로 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다. 두 사람은 국민의 공분을 사는 엄중한 범죄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염의원의 강원랜드 채용청탁은 수많은 청년실업자들의 기회를 박탈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의정활동의 일환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그의 논리라면 국회의원 배경이 있으면 취업할 수 있고, 배경이 없는 일반 청년들은 취업을 포기하고 살아가야할 형편이다. 그것도 변명이라고 동료의원들 앞에서 일장 연설로 이해를 구했다. 거기에 눈감아준 대다수 동료 의원들이 부결에 동참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물며 민주당의원 중에서도 20여명이 부결에 표를 던졌다.

국민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할 때는 당선돼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달라는 주문에서다. 하지만 의원들은 선거 때와 당선됐을 때가 너무나 확연히 다르다. 정치인을 가장 신뢰하지 못하는 집단이 된 이유다. 자신을 뽑아준 국민의 배신을 밥 먹듯 하는 게 국회의원들이다. 누가 봐도 잘못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제 식구 감싸기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여야를 불문하고 당의 가치도 내던지고 만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는 한 달 넘게 방치하면서 수 싸움에만 몰두하더니, 정작 동료의원을 감싸는 일에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대처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론 싸우는 척하면서 뒤에선 서로 감싸주며 국민의 눈을 속이고 있음을 방증하는 일이다.

여야는 어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정치개혁이라는 화두를 내놓곤 했다. 하지만 정작 단 한 번도 정치개혁을 스스로 실행한 적이 없다. 가장 분노를 사는 것은 번번이 제식구감싸기로 일관하는 불체포특권의 폐지문제다. 엄연히 범죄혐의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국회라는 거대한 성벽 안에 숨어 법망을 피해간다면 불체포특권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매번 이런 식으로 국민을 우롱한다면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 선출직으로서 국민의 대표권을 준 것은 국민에 순종하라는 의미지, 국민 위에 군림하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국회의원들은 더 이상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강원랜드 채용청탁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한국당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안이 곧 국회로 넘어온다. 특히 권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이번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불체포특권을 바르게 사용하려면 여야가 권 의원에 대해서만큼은 엄정하게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또다시 부결된다면 국회를 향한 시민의 분노를 예측할 수 없다. 국회는 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인지 냉철하게 돌아보길 바란다. 방탄국회로 범법자들을 보호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작은 범죄라도 먼저 법의 심판을 받는 열린국회, 모범국회가 돼야 한다. 민주당이 고심하고 있다는 ‘불체포특권 폐지’가 공염불로 그치지 않고 실행되기를 간곡하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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