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수선하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는 검찰 안팎의 외압 의혹으로 비난을 받고 있고,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 회복 조사단은 부실·늑장수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여전히 요원하고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느리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16일 법무부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발표한 ‘검사 인사제도 개선 방안’이 눈길을 끈다.

법무부는 평검사 근무 기간에 서울과 서울 인근 검찰청 근무 횟수를 총 3∼4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일부 검사들이 요직만을 맡아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에서만 근무하는 경우를 방지하고 지방 검찰청에도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검사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공정하게 주면서 소위 ‘귀족 검사’를 없앨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명확한 법률적 근거가 없음에도 검사장을 사실상 차관급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전용차량 제공도 중단키로 했다. 현재 검사장급 검사는 대검찰청 차장 및 부장, 법무부 실·국장, 전국 5곳의 고검장, 전국 18곳의 지검장 등 40여명에 이른다.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 직급은 노무현 정부인 2004년 검찰청법에서 없어졌지만 그동안 편법 운영돼 왔다. 검사장급 집무실 면적(지검장실 123㎡·고검장실 132㎡)도 차관급 공무원 사무실 기준면적(99㎡)보다 넓어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치검찰’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외부기관 파견도 줄이기로 했다. 파견 검사 제도는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부정청탁을 주고받는 통로가 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3년 국정원 파견 검사들이 검찰의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현재 감사원과 국가정보원, 행정부처 등 22개 기관에 45명의 검사가 파견돼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과거 검찰 개혁 시도가 좌절된 것은 걸맞은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독점하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검찰 구성원들의 이기적인 자세가 원인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지나면서 각 부문별 공과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양호하다. 하지만 검찰개혁은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한동안 검찰개혁 논의가 활발한 듯 하더니 언제부터인지 조용하다. 공수처 설치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고, 여야 합의로 구성된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정쟁 속에 진전이 없다. 지난해 12월 발족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아직 조사대상 사건 선정 작업도 끝나지 않았다.

정치검찰이란 비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검찰 개혁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검찰의 권한을 분산해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꾀하면서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검찰 개혁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속도를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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