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요즘 노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노테크(老tech)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노후에 안정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한 재산과 건강관리를 하는 일을 노테크라 한다. 따라서 누구라도 여생지락(餘生之樂)을 하고 싶다면 노테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폴란드의 시인 ‘로로비트’는 노후의 삶이 좋아지려면 3가지가 균형 있게 준비돼야 한다고 했다. 그 첫째가 먹고 사는 일이고. 둘째는 삶의 의미를 주는 것, 셋째는 목숨을 바칠 만큼 좋아하는 일이 있어야한다고 했다.

재(財)테크를 열심히 하는 젊은이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돈을 모으는가’하고 물으면 ‘노후를 편안하게 살려고요’라고 답한다. 요즘 노후 준비를 재(財)테크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긴 노년에 돈 걱정 안하고 사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재테크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다. 길어지는 제2의 인생 30~40년을 생각하면 여생(餘生)을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시시각각(時時刻刻) 밀려드는 고독함과 할 일없이 한가롭게 살아야 하는 것이 더 큰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목각공예 대가(大家)는 107세에 세상을 떠났는데 사후에 그의 작업장을 가보니 앞으로 30년은 충분히 작업할 수 있는 양의 나무가 창고에 가득 쌓여 있었다고 한다. 그 노인은 죽음이 임박해서도 30년을 장인(匠人)으로 살아갈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는 이야기다.

노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에 열정(熱情)을 놓지 않았으니 그 목각장인의 마음은 청춘이 아니던가. 열정이 살아지고 할일이 없어지면 그때부터 고독이 밀려오고, 고민이 늘어나면서 노화(老化)의 시작이다. 마음이 먼저 늙으면 몸은 걷잡을 수없이 늙어 가기 때문이다.

최근 미래 연구소에서 5060세대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가 있다. 75.2%가 노후는 정부나 자녀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준비하고 책임 져야한다고 답했다.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는 것이 공통의 정서인 것 같다. 이들을 부포세대(부양받기 포기한)라고 새로운 용어가 생겨날 만큼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7080 노인들도 화려했던 지난날은 모두다 일장춘몽으로 잊어야한다. 쓸쓸한 집안을 지키고만 있으면 찾아드는 불청객은 고독의 그림자뿐이다. 그런 외로움을 달래보려 노인복지관을 찾는 노인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있다. 고독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과거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시기였다. 이제부터는 자기를 위한 삶을 즐기는 열정을 갖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노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하고자하는 열정을 갖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왜 나는 외로운가를 고민하기보다 왜 나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던가를 고민해야 이름다운 노후를 즐기며 살아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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