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이원종 충북지사 등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 광역의회 의장단 등이 서울서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 위헌 결정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함께 자리했다.

그러나 대책 논의는 오간데 없고 한나라당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충청권 단체장 등은 충청권 민심 전달하는 데 급급했다는 소식이다. 한시간 여동안 진행된 만남은 비공개였다. 터놓고 얘기하기가 부담스러웠단 뜻인가. 한나라당이 성난 충청권민심을 위해 준비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날 박 대표는 “신행정수도건설 본질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정부측에 신중한 검토를 거쳐 신행정수도건설을 추진하자고 제의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행정수도 얘기가 언제, 왜 나오게 됐는지를 분간하지 못한 것 같다. 본질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한 얘기 속에는 줄기차게 반대한 이면에 신행정수도건설에 있어 자신들이 주변인으로 머문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는 솔직한 심정이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데 대한 서운함도 도사리고 있음이 엿보인다.

한나라당은 충청권에서 책임론을 제기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자 열린우리당이 내놓으면 그것을 보고 차후에 제시하겠다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왜 독자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먼저 자신있게 발표하지 못하고 열린우리당의 움직임을 곁눈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충청권을 만족시킬만한 대책을 마련할 자신감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또 발목잡기에 나설 의향인지 확실한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 충청권 주민들은 정치권에 너무나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위헌 결정 발표 때 환호하던 한나라당을 결코 충청권의 기억에서 지워버리지 않을 것임을 한나라당 지도부는 인식하고, 지금부터라도 성의있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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