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개헌투표가 무산됐다.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사전에 국민투표법 개정이 필요한데 그 시한인 23일을 넘기면서 6월 개헌이 물 건너 간 것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여야 후보들의 공약이자 국민의 염원인 6월 개헌을 무산시킨 정치권의 직무유기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개헌은 최종 국민투표법에 근거한 투표로 결정된다. 국민투표법은 국회의원 등 국민의 대표자를 뽑을 때 행사하는 투표와는 다르다.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의원 등의 선거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실시된다.

문제는 국민투표법이 현재 효력을 잃어 개헌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 7월 헌재가 재외국민 투표권 침해를 이유로 이 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존 국민투표법으로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게 됐다. 국민투표법 개정 없이는 개헌안은 물론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민투표법 개정은 이렇듯 시급한 사안임에도 국회는 여전히 무능하다. 헌재 결정 이후 4년이 다돼 가도록 법 개정을 방치해 놓고는 한 여야는 아직도 서로의 발목잡기만 할 뿐 책임감이라고는 없다.

기대했던 4월 임시국회는 휴업 상태다. 국회에 제출된 대통령 개헌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폐기될 처지다. 그 외에도 추경예산 심의, 방송법 개정, 민생법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국회는 아예 일할 마음이 없는 듯하다.

국민투표법 개정 데드라인인 23일에도 여야는 ‘드루킹 사건’ 특별검사 도입 문제로 충돌만 거듭했다. 드루킹 특검이 정치권의 ‘블랙홀’로 등장하면서 국회 정상화는 더욱 요원하게 됐다. 국내외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기에 식물국회를 바라봐야 하는 국민만 처량하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외형상으로라도 여야는 최대한 정쟁을 자제할 때다. 이런 기회에 여야는 대치만 할 게 아니라 물밑 접촉을 통해 국회 정상화 방안을 찾기 바란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대단히 높다.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도 수없이 확인됐다. 6월 개헌은 물거품 됐지만 이제라도 여야는 특정시점의 개헌안 일정을 도출하는 합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고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모습으로 정쟁만 일삼는 정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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