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내 음성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여성이 접객을 하는 가게에서 말장난을 한 적은 있지만, 여기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적은 없다. 자기 목소리는 자기 몸을 통해 나오는 건데, 저는 녹음된 소리가 내 목소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 목소리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앞의 말은 일본 최고 관료 재무성 차관인 후쿠다 차관이 TV아사히 여기자에게 한 성희롱 발언이 한 잡지에 발표된 뒤에 그 발언을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발뺌할 때 한 말이고, 뒤의 말은 재무성 차관 사임 기자회견 장에서 한 말이다.

물벼락 갑질 파문으로 그룹을 뒤흔들어 놓은 대한 항공 조현민 전무가 막말 논란으로 동남아로 출국한 뒤 새벽에 입국하면서 물을 뿌렸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물컵을 밀치기만 했다고 답하고 있다. 지금 조사 상황에 의하면 물컵을 밀치기만 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게 됐다. 대한항공 측은 막말과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조현민 전무 것으로 공개된 음성 파일과 조현민 엄마 이명희의 음성 파일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두 사건을 보면 처음에는 자기가 한 것을 자기는 모른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사회적 쟁점이 되는 대형 사건을 보면 공통으로 처음에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 “사실무근이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라면서 무시를 한다. 사건이 사라지지 않고 문제가 구체적으로 발표돼도 초기에는 계속 오리발 작전으로 “전혀 모르는 일”, “기자가 쓴 소설”이라고 부정을 한다. 이렇게 질질 시간을 끌면서 다른 사회적 사건으로 인터넷 우선순위가 밀려나기를 기다린다. 여론은 그 수명주기가 짧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사건을 깔고 뭉개면서 시간이 가기를 기다린다.

그러다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어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변명하고 둘러댄다. 그리고 검찰청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한다. 여론과 힘없는 을은 이 한마디를 듣는 것 이외에는 할 일이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래를 4년 동안 불러도 지금 매스컴과 인터넷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모든 사건이 이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다. 힘 있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로 돌아와서 자기의 건재함을 자랑한다.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이러한 사람의 많은 부류가 정의와 인권을 부르짖으면서 대중의 존경을 받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만 있고 타인의 인생을 존중할 줄 모르는 가진 사람들의 갑질 행태와 영혼을 파는 거짓말과 자기 부정에 대해 프란체스코 교황의 다음 한마디가 생각난다. “사랑이 없을 때, 양심이 잠들기란 얼마나 쉬운 일입니까! 양심이 잠든다는 것은 정신과 생명이 마비되고 있다는 하나의 징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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