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 할 일이 한두 가지겠는가. 그중에서도 우선 할 일은 장터를 관리하는 일이다. 우리 북진에 오는 장사꾼들에게 찍자를 붙어 물건을 후리는 건달 놈들, 장보러 온 사람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장사꾼들, 장을 후정거리는 장꾼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막는 일이다.”

“그런 일이라면 저희들 본업이 아니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각 임방들 사정도 수시로 살피며 뒤도 봐줘야하고 본방과 임방 사이를 오가며 물건과 물산들을 옮겨주고, 가장 큰 일은 내가 하는 장삿길이 안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형님 장사일은 또 뭔가요?”

“이제부터 나는 청풍 인근은 물론 먼 고을까지 원행을 하며 본격적으로 도거리 장사를 할 작정이다. 그때마다 원활하게 유통이 될 수 있도록 물건들을 산지로 운반해주고, 사놓은 산지 곡물들을 북진 본방까지 옮기는 일이다. 또 객지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갖은 위험한 일들을 너희들이 맡아줘야겠다.”

장사를 다니다보면 미처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수시로 일어났다. 장꾼들과 흥정을 하다 생겨나기도 했고, 서로 먼저 물건을 선점하기 위해 장사꾼들과 다툼을 벌이다 생겨나기도 했고, 괜히 찍자를 붙어 떨어지는 고물이라도 주워 먹으려는 무뢰배들과의 사이에도 악다구니가 벌어지곤 했다. 그래도 악다구니 정도로 문제가 해결되면 그것은 걱정거리도 되지 않았다. 세상에 자기 물건 아깝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금을 받기위해 악다구니를 하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장터에서 일상사였다. 그런데 문제는 악다구니가 아니라 억지였다. 큰 고을에서 서는 향시나 이런 장터를 무대로 큰 장사를 하는 장사꾼들은 무뢰배들을 매수하거나 직접 데리고 다니며 같은 장사꾼이나 팔 물건을 가지고 나온 장꾼들을 협박하여 독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최풍원은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도식이의 무뢰배패들을 이용할 셈이었다.

“무슨 일이고 시켜만 주십시오. 그러면 형님과 임방주 형님들 일이라면 우리 애들이 목숨 바쳐 도와드릴 것입니다.”

도식이가 충성 맹세를 했다.

“여러 임방주님들! 도식이 패들을 정식으로 우리 북진본방의 식구로 받아들이는 게 어떻겠습니까?”

최풍원이 임방주들의 의견을 물었다.

“대주 뜻대로 하시오!”

“그렇다면 각 임방처럼 북진본방 아래 조직을 두고 이들에게도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어떻겠소?”

“대주 그거 좋은 생각이십니다.”

“하다못해 동네 친목모임도 이름이 있는데 본방 일원이 되는 일에 이름을 짓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소?”

“이름도 있고, 자신이 어떤 조직에 소속이 되어있는지 분명해지면 함부로 행동하는 것도 조심하게 될 것이니 그게 좋겠습니다.”

임방주들도 모두 최풍원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그러면 어떤 이름이 좋겠는지 임방주들께서 의견을 내주시오?”

최풍원이 다시한번 임방주들의 의견을 구했다.

“대주, 내가 한양을 올라갈 때마다 시전거리를 구경가보면 거기 큰 장사꾼들은 자기들 전마다 무뢰배들을 거느리고 있더이다. 대부분 솜털은 막 지난 젊은 애들이었는데 언뜻 듣기로는 지들을 동몽회라 하더이다.”

양평 김상만 임방주가 한양 시전거리를 들며 의견을 냈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소이다. 동몽회, 아직 장가가지 않은 남자 아이들 모임이라. 그거 좋소이다. 그럼 우리도 앞에다 북진을 붙여 북진동몽회라 합시다!”

최풍원이 도식이 패들에게 북진동몽회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형님, 저는 이미 열여덟에 장가를 갔는데, 전 어떻게 되는 건가요?”

도식이가 난감해하며 최풍원에게 물었다.

“도식아, 상투를 틀고 한 가족의 가장이 되었는데 언제까지 그런 궂은일을 할 작정이냐. 어른이 되어 가솔을 거느리고도 장바닥을 헤매며 그 짓을 할테냐? 장마당을 떠돌며 사람들에게 해코지하던 짓은 이제 그만 둬야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제껏 그리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그만두면 저는 뭘 하란 말입니까?”

도식이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할일을 잃어버리게 되었으니 막막한 일이긴 하였다.

“도식이는 내가 뒷배를 봐줄 테니 장사를 하도록 해라. 그러니 날 따라다니며 틈틈이 장사도 익히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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