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그게 아니라…….”

“개 버릇 남 못준다더니, 또 그리 살고 싶으냐?”

“본방이 어렵다 하니 하는 말입니다요.”

“아무리 본방이 어렵다한들 청풍도가처럼 너희들을 그런 식으로 거두지는 않을 것이다!”

“지들이 아무리 막돼먹은 놈들이라 해도 개처럼 사람들을 뜯어먹으며 그렇게 살고 싶겠습니까요?”

“아무리 어려워도 북진본방은 없는 사람들을 쥐어짜가며 장사를 하지는 않는다! 여러 임방주들께서도 분명히 이 점을 명심하세요!”

최풍원이 무뢰배들에게 못을 박았다. 그리고 각 임방의 임방주들에게도 북진본방의 장사 방침을 다시 주지시켰다.

“형님, 새겨 듣겠습니다요!”

도식이가 머리를 수그렸다.

“대주, 다른 것은 몰라도 그건 분명코 지키겠소이다!”

“우리가 이렇게 어렵게 살아왔는데 이웃의 어려운 사정을 왜 모르겠소.”

“짐승도 제 동무가 아프면 두고 떠나지 않는 것이 본능이오. 사람이 그걸 모른다면 그건 인간도 아니오! 우리도 힘을 합쳐 북진본방도 살리고, 우리도 살고, 우리 이웃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장사를 합시다!”

“맞소, 이웃이 살아야 우리도 사는 것이오! 이웃은 배를 움켜쥐고 굶고 있는데 나만 호의호식하면 마음이 편하겠소? 마음 편한 놈이 이상한 놈이지!”

임방주들도 최풍원의 뜻을 받아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여러 임방주님들, 뜻을 함께 해주시니 고마운 일이니다. 여기 도식이와 동생들 문제는 내 알아서 할 테니 너무 심려들 마시오.”

최풍원에게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최풍원은 이번 북진본방에서 나눠주고 있는 구휼미와 북진난장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큰 장사를 해볼 작정이었다. 등짐을 지고 행상을 하며 이리저리 발품을 파는 도부장사로는 몇 식구 밥은 먹을 수는 있겠지만 큰돈은 벌수 없다는 한계를 이미 절실하게 느꼈고, 그래서 마소를 사서 도거리 장사를 나섰다가 임방까지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임방 운영이 잘된다고 해도 이 역시 청풍 언저리에서 부자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청풍만을 대상으로 상권이 형성된다면 거래되는 물산의 종류나 물량은 한계가 있었다.

청풍이 아니라 청풍 밖의 다른 큰 고을까지 상권을 확대해야 큰 장사꾼이 될 것이었다. 그러려면 상권도 넓히고 물산의 거래량도 넓혀야하는 것이 당연했다.

최풍원은 이번에 충주 윤 객주 상전을 통해 불하받은 대궐의 진상품을 이용하여 이를 십분 활용할 계획이었다.     

“대주에게만 모든 걸 떠맡기는 것 같아 염치가 없습니다, 그려. 그렇지만 미력이라도 우리들 힘이 필요하다면 하시라도 기별을 해주시오. 뭐라도 하겠소이다!”

“고맙습니다. 이번 난장이 끝나면 임방주들께서는 각기 자기 마을로 돌아가 거기서 나오는 모든 산물들, 특히 산채들은 몽땅 사들이시오. 임방주들은 열심히 장사만 해놓으시오. 본방으로 옮기는 것은 모두 여기 동생들이 할 것이오!”

최풍원이 무뢰배 동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산채는 뭘 하려고 도거리를 합니까?”

학현 배창령 임방주가 금시초문이라는 듯 물었다.

“수일 전에 대주가 단오날 대궐 잔치가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교리 신덕기 임방주가 핀잔을 주듯 말했다.

“대궐잔치하고 우리 본방하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배창령이 또 한번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했다.

“점점 소경 남에 다리 긁는 소리 하네!”

어이없다는 듯 신덕기가 다시 핀잔을 주었다.

“학현 임방주님! 이번에 우리 북진본방에서 대궐 잔치에 쓰일 산물들 공납을 맡았소이다. 특히 학현과 교리 임방주께서는 금수산에서 나오는 귀한 산채들을 신경 써주시오. 그리고 다른 임방주들께서도 물목에 적힌 품목들은 물론 다른 특산물들도 보이는 대로 모두 매입을 해주세요.”

최풍원이 임방주들에게 각별히 신경 쓸 것을 독려했다.

“형님 그럼 우리는 각 임방을 돌며 사놓은 물산들을 이곳으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도식이가 최풍원에게 할 일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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