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풍원이 두 사람 모두에게 경강상인들이 가지고 온 가죽신 한 벌씩을 주었다. 그리고는 무뢰배들을 향해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너희들이 이제까지는 남에 등이나 치면서 손가락 받는 짓거리를 하며 살아왔지만 오늘부터는 제대로 한번 살아 보거라. 너희들의 좋은 재주를 내게 빌려준다면 나도 너희들에게 그만한 보답을 해줄 것이다. 비호와 왕발이가 힘을 합친 것처럼 임방주들과 여러 동생들이 우리 북진본방을 위해 힘을 합친다면 무슨 일인들 이루지 못하겠느냐. 우리 서로 힘을 모아 제대로 한번 살아보자!”

최풍원이가 무뢰배들을 독려했다.

“형님, 고맙습니다!”

도식이를 비롯한 모든 무뢰배들이 최풍원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대주, 자들처럼 막돼먹은 애들이 우리 본방에 해를 끼치면 끼쳤지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다시 생각을 해보게!”

북진임방 장순갑이 최풍원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형님, 그건 그렇지 않소! 내게도 다 생각이 있어 하는 일이니 나서지 마시오!”

최풍원이 장순갑 임방주의 의견을 잘라버렸다. 여러 임방주들과 무뢰배들 앞에서 무참해진 장순갑이 안색을 바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도 장순갑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최풍원이 도식이의 무뢰배 패들을 북진본방의 휘하에 두기로 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다. 최풍원이 충주 윤 객주 상전에서 독립해 장석이와 힘을 합쳐 장이 열리지 않는 산골로 다니며 처음 시작했던 등짐장사도 물량이 늘어나자 둘만의 힘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다. 제일 큰 문제가 수급이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등짐으로 나르고, 그것과 맞바꾼 산지의 산물을 청풍까지 옮기는 것이 무엇보다 힘겨웠다.

그래서 장사를 분산해 힘을 줄이기 위해 청풍도가 주변 곳곳에 북진임방을 차렸다. 그리고 북진임방의 또 다른 의도도 있었다. 그것은 청풍 인근에서 생산되는 물산들을 막아 청풍도가의 목을 죄어 항차 북진본방의 상권을 키우겠다는 속내였다.

청풍도가와 맞서기에는 아직은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혼자 장사하던 단출했던 때와는 달리 청풍 인근의 임방과 단양 조산촌 임방, 영월 임방까지 생겨 장사가 커질수록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속출했다.

이 역시 수급의 문제가 큰 문제였고, 그 못지않게 절실한 문제가 각 임방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들의 정보였다. 어떤 임방에서 무슨 물건이 떨어졌는지, 어떤 임방에서 무슨 물건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려면 임방이나 본방에서 누군가가 오고가야했으므로 그만큼 시간이 더뎠다.

장사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제때 공급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때를 놓치면 영원히 팔 수 없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북진본방과 임방의 형편으로는 장사하기에도 급급해 그리 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중간에서 왔다갔다 다리 역할을 하며 본방과 임방의 형편을 알려준다면 그만큼의 시간도 줄어들어 물산 판매도 늘어날 것이 틀림없었다.

최풍원은 북진본방과 임방들 사이에 오가는 물산들의 운반과 연락책으로 무뢰배들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또 있었다. 북진본방의 상권이 커지게 되면 물산들의 거래도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고, 이를 운반하기 위해 여러 지역을 통과해야 할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었다.

그러다보면 온갖 곳에서 시비를 걸어 물건을 뜯으려고 달려드는 무뢰배들이 많을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최풍원은 이런 궂은일들도 도식이의 무뢰배 패들에게 전담시킬 요량이었다.

“여러 임방주님들! 오늘부터 도식이와 그 동생들을 우리 북진본방의 식구로 받아들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풍원이 좌중의 임방주들을 둘러보며 의견을 물었다.

“우리야 괜찮지만, 본방의 사정도 어려운데 저 아이들까지 모두 떠맡으려면 대주가 너무 힘에 부치지 않겠소이까?”

광의 김길성 임방주가 최풍원이 걱정되어 선뜻 동의를 하지 못했다.

“우리 임방주들이 조금씩 분담을 하면 본방주 힘이 줄어들 터이지만 아직 우리들도 홀로서기에 힘이 부치는 형편이니 그리 할 수도 없고…….”

학현 배창령 임방주도 도식이 패들을 받아들이고 난 이후의 문제가 걱정되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여러 형님들께서는 염려 마시오! 우리를 식구로만 받아준다면 우리 밥은 우리가 벌어먹겠습니다요.”

도식이가 임방주들의 염려를 눈치 채고 흰소리를 쳤다.

“북진본방의 이름을 팔아 장을 전전하며 또 장꾼들 등을 치며 살 요량이냐?”

최풍원이 도식이를 다그쳤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