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잘못된 것 아닙니까. 시합을 하려면 정정당당하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빠른 길이 있는데 뭣 하러 빙빙 돌아간단 말이냐? 길이란 게 한시라도 빨리 가서 소임을 다하는 것 아니냐?”

비호가 답답하다는 듯 박왕발이를 노려보았다.

비호와 박왕발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두 녀석이 북진을 출발해 금성 성내까지 도착했을 때는 분명 박왕발이가 먼저 도착했다. 거기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곳집은 성내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고찌거리에 있었다. 그런데 성내에서 고찌거리를 가려면 강가를 따라 돌아가는 길과 작은 고개를 넘어 질러가는 길이 있었다. 마을사람들도 밋밋해서 걷기에 편한 돌아가는 강가 길을 주로 이용했고, 고갯길은 후미진 까닭에 꼭 가야만 할 때 외에는 넘어가지 않는 길이였다. 그런데 비호는 왕발이를 앞지르기 위해 고갯길을 이용했던 것이었다. 왕발이는 그것이 잔꾀라는 주장이었다. 비호 말이나 왕발이 말이나 서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게 싸움박질을 하며 어째 같이 들어왔느냐?”

최풍원이 물었다.

“제가 곳집 앞에 도착하니 비호 형이 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요.”

“비호는 한시라도 빨리 꼭두를 빼가지고 이리로 달려왔어야지 왜 지체하고 있었느냐?”

“그것이…….”

비호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무서워서 그러고 있었답니다!”

박왕발이가 대신 대답을 했다.

“하하하!”

최풍원이 박장대소를 했다.

비호가 박왕발이보다 먼저 곳집에 도착을 해놓고도 서성대고 있었던 것은 무서워서였다. 하기야 이런저런 풍파를 다 겪은 어른도 혼자 곳집을 들어가라 하면 뒷걸음을 칠 일이었다. 하물며 아직 꼬맹이술도 내지 못한 약병아리 같은 녀석들이니 곳집 이야기만 들어도 오금이 저릴 나이였다. 게다가 주변에는 인가도 하나 없는 후미진 곳에다가 해도 산 너머로 떨어져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어스름이었다. 대낮에도 혼자 곳집 앞을 지나가려면 섬뜩섬뜩해 자연스럽게 걸음이 빨라지는 곳이 그곳이었다. 그러니 애들 입장에서 무서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더구나 망자를 실어 나르는 상여가 있는 곳집 안으로 들어가 꼭두를 빼와야 하는 일이었다.

“으하하하! 코 밑이 거뭇거뭇해도 솜털이구먼!”

“덩치만 어른이지 안직도 애덜이구만!”

다른 임방주들도 두 녀석을 놀리며 모두들 크게 웃어 제켰다.

“저런 애송이들이 그동안 어떻게 사람들 등을 처먹고 살았다는 말이오?”

이제껏 두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단리 복덕근 임방주가 앞에 앉아있는 무뢰배들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연론 박한달 임방주에게 동의를 구했다.

“그러게 말이요. 우리 왕발이 만큼이나 겁이 많은 애들이구만!”

박한달 임방주가 복덕근 임방주의 물음을 같이 동조했다.

비호나 박왕발이나 아직 성년도 되지 않은 파릇한 아이들이었다. 그것은 무뢰배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건들거리며 돌아다니는 무뢰배들은 아직도 약병아리 같은 녀석들이었다. 세상을 모르니 겁도 없지만, 세파에 시달린 일이 없으니 사소한 것에 무서움을 느끼는 것도 어린 녀석들이었다.  도식이 외에는 모두 열대여섯 살 안팎의 천방지축 아이들이었다.

“그래 곳집 앞에서 만나 어찌 하였느냐?”

“한참을 둘이서 곳집 앞에서 망설이다가 둘이 합의를 했지요.”

“어떻게?”

“꼭두를 가지고 가지 않으면, 중도에서 돌아왔다고 우리를 믿지 않을테니 꼭 빼가지고 가야하는데, 무서워 혼자 곳집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고……. 그러다, 그래도 둘이 들어가면 덜 무서울 것 같아 제가 제안을 했지요. 일단 둘이 힘을 합쳐 꼭두를 뽑고, 그 다음은 먼저 가지 말고 함께 북진에 도착하자고요.”

비호가 먼저 박왕발이에게 꾀를 냈다고 실토했다. 잔치마당에 있던 사람들은 극도의 두려움에 떨며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곳집 안으로 들어가는 비호와 박왕발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한편으로는 즐거워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쨌든 두 사람이 무사히 돌아와 줘서 고맙구나. 여느 사람들 같으면 자정도 훨씬 넘어야 갔다 올 거리를 초저녁에 갔다 왔으니 두 사람 모두 걸음이 빠른 것은 입증을 한 셈이 되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선물을 주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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