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이가 두 손을 벌려 강수의 허리를 낚아채려고 달려들자, 그제야 강수가 껑충 뛰어올라 용강이 몸을 두 다리로 감고 두 손으로는 고막치기를 했다. 강수의 두 손바닥이 동시에 용강이의 양쪽 귀를 치자 골이 터지는 듯한 아픔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휘청거렸다. 용강이가 장사는 장사였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다시 달려들었다. 미친 황소처럼 돌진하는 용강이를 향해 이번에는 강수도 같이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강수가 짧은 기합소리를 내며 두 팔을 쭈욱 뻗어 손바닥으로 용강이 가슴을 향해 손벽치기를 했다. 마치 강수의 손바닥에서 장풍이 나오기라도 하는 듯 거구의 용강이 몸이 기역자처럼 꺾이며 검불처럼 뒤로 날아가 떨어졌다. 강수는 더 이상 다른 수를 쓰지도 않은 채 두 손을 탁탁 털었다. 단 두 수로 황소 같은 용강이를 가볍게 제압했다. 구경꾼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고스란히 보고서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모두들 강수의 놀라운 재주에 감탄했다.

“이제 그만 멈추라 하거라!”

“애들아, 그만 하거라!”

도식이가 명령하자 모두들 동작을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모두들 대단하다. 오늘은 밤이 늦도록 맘껏 먹고 마시며 즐겨보자!”

최풍원이 임방주들과 무뢰배들에게 잔치를 더 벌이자며 건배를 들었다.

어느새 사방이 어두워졌다. 사람들은 날이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무뢰배들의 재주 구경에 빠져있었다.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주변으로 화톳불이 사방에 질러졌다. 불이 활활 타오르자 잔치 분위기는 더욱 살아났다. 장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치에는 북진본방의 임방주들뿐만 아니라 도식이패들의 무뢰배들, 장사꾼들, 장을 보러 인근에서 온 장꾼들, 마을사람들까지 함께 어울려 최풍원이 내놓은 술과 음식을 두리기로 먹으며 떠들어대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는 서로 제 몫을 챙기려고 악다구니를 벌이는 장사꾼과 장꾼들도 없었다. 장을 보러온 시골사람들에게 트집을 잡아 등을 처먹으려고 하는 불한당도 없었다. 혹시나 자신의 물건을 잃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불안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오늘밤은 한덩어리가 되어 먹고 노는 사람만 있었다. 잔치가 점점 더 흥겨워지며 무르익어갔다.

“박왕발이가 오네!”

“비호도 옵니다!”

잔치를 즐기던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그래도 사람들 중 거지반은 오는지 마는지 잔치에 빠져 관심도 없었고, 몇몇 성내 곳집으로 갔던 비호와 박왕발이를 기억하는 임방주와 무뢰배만 그들을 발견하고 반가움에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두 녀석들은 시새워 달려오는 것이 아니라 다정하게 동무를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아까 저녁나절에 서로 제 발이 빠르다며 악다구니를 치던 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더구나 이기는 사람에게는 최풍원이 귀한 선물까지 약속한 터였다.

“야, 이놈들아! 빨리 뛰거라!”

“이겨야 선물을 받지!”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두 녀석은 조금도 서두르려는 기색이 없이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러더니 동시에 최풍원과 임방주들이 앉아있는 상머리까지 동시에 다가와 반 앉은 자세를 취했다. 두 녀석의 손에는 각기 한 개씩 꼭두가 쥐어있었다.

“꼭두를 보니 곳집까지 갔다 온 것은 분명하고, 어찌된 일이냐?”

처음 두 녀석에게 경합을 내놓았던 교리 신덕기 임방주가 영문을 몰라 물었다.

“어서 자초지종을 말해 보거라!”

양평 김상만 임방주도 닦달을 했다. 

“우리도 처음에는 죽을 똥 살 똥 뛰었습니다.”

비호가 대답했다.

“그런데?”

“비호 형이 잔꾀를 썼습니다!”

“잔꾀라니?”

“왕발아, 그 문제만은 이 자리에서 여러 형님들께 물어보고 넘어가자. 목적지까지 가는데 어떤 수단을 쓰던지 빨리만 당도하면 되지 않겠습니까요?”

“그건 또 무슨 말이냐?”

“글쎄 말입니다요, 분명 제가 얼마간 앞서 가고 있었는데 어둑해질 무렵 성내 곳집 앞에 당도하니 비호 형이 먼저 곳집 앞에 당도해있는 거요.”

박왕발이는 억울해서 못 살겠다는 투였다.

“분명 네가 뒤처져 걸어가고 있었다는데 어찌된 일이냐?”

교리 신덕기 임방주가 비호에게 물었다.

“왕발이는 여느 길을 돌아갔고, 저는 질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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