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럼 강수 네가 화살처럼 빠르단 말이냐?”

“저런 고기 덩어리들 열이라도 저를 당해내지 못합니다!”

“그렇게 자신 있느냐?”

“붙여 보시지요!”

강수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괜찮겠느냐?”

“큰형님 염려 마십시오!”

최풍원은 왠지 모르게 자꾸 걱정이 되어 물었지만 강수는 시렁치도 않았다.

“이봐 도식이 동생, 정말 괜찮겠는가?”

최풍원이 아무래도 찜찜한 듯 옆에 있던 도식이에게 다시 물었다.

“허리가 부러지든, 대가리가 박살나듯 지 팔자니까 한 번 붙여보시지요.”

남의 이야기하듯 하며 도식이가 실실 웃었다.

“그렇다면 한 번 해보자구나. 강수를 잡는 사람에게는 오늘 큰 상을 내리겠다!”

“너희들 중에서 누구라도 강수를 잡아 땅바닥에 태기를 치거나 쓰러뜨리면 형님이 상을 푸짐하게 내리시겠단다!”

도식이가 자신의 휘하 무뢰배들을 부추겼다.

도식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뢰배들이 떼거리로 몰려나왔다. 공중제비의 명수인 호달이, 무쇠 솥단지를 통째로 깨버리는 주먹대장 장배, 나귀를 번쩍 들어 올리는 장사 용강이는 물론 무뢰배들 중에서 힘깨나 쓴다는 놈들은 모두 나와 강수를 둘러싸고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떼거리로 달려들어도 강수 하나를 잡지 못했다. 무뢰배들은 강수를 잡기위해 우르르 몰려다니며 이리저리 휩쓸리기만 할 뿐이었다. 강수는 느적거리는 듯 보이면서도 날렵했고 느슨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절도가 있었다. 강수는 잠시도 멈추는 법 없이 물 흐르듯 부드럽게 무뢰배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그들을 놀려먹고 있었다. 때때로 주저앉았다가 튀어 오르기도 하고 현란한 손놀림과 발길질로 눈을 어지럽히고 무뢰배들 머리 위를 훌훌 타넘어 다니며 혼을 빼놓고 있었다.

그때 최풍원의 뇌리에 번개같이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예전에 장석이와 살미장에서 보았던 무뢰배의 모습이었다. 그래도 동네에서는 힘깨나 쓴다는 장석이 형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강수의 몸동작은 살미장에서 장석이를 한방에 보낸 그 무뢰배의 동작과 똑같았다.

여봐 도식이 동생, 강수는 어떤 친군가?”

최풍원이 도식에게 물었다.

“저도 한양에서 왔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게 별반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같이 일을 하게 되었는가?”

“한 해쯤 전인가 그 언젠 청풍장날 장에서 만났지요.”

“청풍장에서?”

“예. 우리 애들과 시비가 붙었는데 솜씨가 보통이 아니더라구요. 그때부터 제 휘하로 들어와 같이 장을 떠돌며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요.”

“청풍장에는 왜 왔다고 하던가?”

“저도 모릅니다. 워낙에 말수가 없는 녀석이라서……. 그런데 형님, 이상합니다. 저렇게 앞에 나서는 법도 없고, 더구나 제 스스로 기술을 보이겠다며 자청하는 일은 없는 녀석인데 오늘은 저래 나섭니다.”

도식이는 평상시와 다른 강수의 태도가 믿을 수 없다는 투였다.

“지금 강수가 하는 무술이 뭔가?”

“택견이라 하드만요.”

“택견이라?”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장마당에는 여전히 강수와 무뢰배의 겨루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호달이가 굴렁쇠처럼 몸을 감아 공중제비를 돌며 강수를 향해 돌진했다. 돌병이의 돌팔매질도 피한 그 기술이었다. 강수는 빠르게 다가오는 호달이를 옆으로 비껴서며 굴렁쇠 가장자리를 겨냥해 발질을 했다. 굴렁쇠에서 ‘어이쿠’하는 소리와 함께 호달이가 옆구리를 움켜쥐며 땅바닥에 뒹굴었다. 강수가 호달이의 옆구리를 겨냥해 재갈넣기를 한 것이었다. 호달이가 쓰러지는 것을 본 장배가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장배가 가까이까지 다가오자 강수가 손바닥에 온 힘을 모아 장배의 턱을 올려쳤다. 장배의 목이 뒤로 꺾이며 젖혀지자 도끼로 나무를 찍듯 손날로 장배의 목을 쳤다. 장배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뒤로 넘어갔다. 힘이 장사인 용강이가 나섰다. 워낙에 거구인 용강이는 떡메로 맞아도 쓰러질 것 같지 않았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다해도 강수의 주먹으로 용강이를 쓰러뜨리기에는 무리해보였다. 용강이가 강수를 잡으려고 성큼성큼 다가섰다. 강수는 그 행동을 그저 지켜만 보며 조금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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