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칼럼]예비 운전 졸업생
[이정식 칼럼]예비 운전 졸업생
  • 충청매일
  • 승인 2018.04.15 1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나무도 연륜이 깊어 고목이 되면 따듯한 봄이 온다 해도 잎과 꽃이 피는 것이 점점 쇠약해진다. 사람도 나이가 들어가면 나무처럼 다양한 신체적 변화를 겪게 된다. 따라서 사람의 노화(老化)는 늘 운전하는 일상의 능력에도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접어드는 우리사회도 고령운전자가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가 0.6%씩 증가하고 사고율도 60%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운전이란 그 기법적인 것보다 빠른 상황판단, 공간지각 능력이 중요한 기본 소양인데 노인들은 그것이 떨어지는 것이다.

요즘 고령화 사회에서 ‘운전졸업’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실제운전대를 놓고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고령이지만 운전대를 놓지 않고 있다. 40대부터 운전을 생활화해오고 있지만 아직 시청각에 이상이 없고 손, 발 정신도 건강해 가까운 시내 필요한 외출을 일상화하고 있다.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할 예비 운전 졸업생이다. 실제로 육거리시장, 다농(多農), 농산물시장 등에서 생활용품, 특히 채소, 과일 등 식재료를 시내버스로 사 나르려면 몸도 불편한데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할수록 운전대를 놓을 수가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놓아야할 운전대다. 나에게도 ‘운전 졸업’을 할 날이 가까워 오고 있는 고령운전자가 아닌가. 운전을 하는 것이 생활용품이나 식자재를 구입하기 위한 것이라면 앞으로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즉 쿠팡(coupang)앱을 스마트 폰에 설치하고 생활용품, 식자재를 택배로 구매하는 방법을 개선하지 않으면 정보화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고령화 운전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시대 교통안전 공단에서는 ‘고령자 안전수칙’을 발표했다. 고령 운전자에 대한 예방 대책은 신체 변화에 따른 운행 방법에 대한 교육, 주기적인 신체검사가 필수적이다. 운전자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 및 인정해 나와 모두의 안전을 위한 안전의식이 확립돼야한다. 사람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더욱이 그 생명을 지키고 구하는 일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다. 얼마 전에 고속도로에서 목줄 풀린 개를 구하려 출동한 소방관을 숨지게 한 화물운전자의 안전 불감증을 보면서 선의(善意)에 젊은 소방관의 안타까운 희생에 가슴이 저리도록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런지 운전대를 잡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국가가 존재하는 근본적 이유도 요즘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 동분서주하는 것도 모두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교통 안전공단이 알려주는 안전수칙은 꼭 기억하고 지켜야하지만 나의 순간적 부주의로 타인에게 억울하고 비통한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운전자의 각성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고 주의하는 사소한 노력이 교통사고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더 소중한 것이 아닐까싶다. 나 하나로 인한 교통문화의 거대한 흐름에 걸림돌이 된다면 나는 언제라도 운전대를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있는 예비운전 졸업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