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방 꼭지가 마른 삭정이 부러지듯 솥뚜껑에서 떨어져나갔다.

“새 솥을 저리 망가뜨려놨으니 팔아먹지도 못하고 어쩌란 말이오?”

솥장수가 무뢰배들의 우악스러움에 어쩌지를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걱정 마시오. 솥 값은 내가 후하게 치러드리리다!”

최풍원의 말에 솥장수의 얼굴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대단허이, 아직 나이가 있으니 술은 줄 수 없고, 내 단술을 줌세!”

최풍원이 장배에게 대접 가득 단술을 따랐다.

“고맙슈!”

장배가 대접을 들어 단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앞으로는 남의 물건을 그리하지 말고 이로운 데 힘을 쓰게.”

“죄송합니다요. 버릇이 되어나서…….”

장배가 멋쩍어하며 뒷통수를 끓었다. 그 꼬락서니를 보던 무뢰배들 자리에서 한 녀석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이놈아, 그것도 재주라고 부려놓고 큰성님들 앞에서 뽐을 내냐? 저는 용강이라 하옵니다.”

자신을 용강이라고 소개한 무뢰배는 두두룩한 목덜미에 떡 벌어진 어깨 하며 절구통 같은 두 허벅지가 한눈에도 힘깨나 쓰는 장사로 보였다. 용강이가 제 소개를 마치고는 장마당 가장자리 느티나무 아래 묶여있는 나귀들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더니 그 중 한 마리의 고삐를 풀려고 했다.

“큰일 나오!”

나귀의 주인인 듯한 장돌뱅이가 용강이를 제지했다.

“잠깐만 빌립시다!”

“그놈은 승질도 지랄인데다, 지금 한창 발정중이라 발광이 나면 주인인 나도 어쩌지 못하오. 그러니 채이기 전에 그만 두시우!”  

나귀주인이 말리는데도 용강이는 막무가내로 고삐를 풀었다. 그리고는 매어놓은 나귀를 끌고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마당 한가운데로 끌고 나왔다.

“성질도 드러운 놈이라는데 나귀는 뭣 때문에 끌고나왔느냐?”

“용강아, 무얼 하려는 게냐?”

이를 지켜보던 임방주들이 용강이의 행동에 궁금증이 더해져 제각각 물었다.

“큰성님들께 이 나귀를 들어보이겠습니다요.”

“나귀를 타고 다니는 것은 보았지만, 나귀를 드는 사람은 본 적이 없구만!”

“사람이 나귀를 든다고?”

“예.”

임방주들은 가당치도 않다며 놀라는 표정들이었지만, 용강이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용강이가 나귀의 앞뒤 다리 사이로 들어가 무릎을 구부렸다. 그리고는 나귀 가슴 밑으로 어깨를 집어넣고는 두 팔로 나귀의 허리를 감싸 쥐었다. 나귀가 놀라 버둥거렸다.

“아야!”

용강이가 핏대를 세우며 기합소리를 냈다.

하지만 장정 서넛이라도 들기 힘든 나귀를 더구나 버둥거리는 네 발 짐승을 들어 올린다는 것은 아무리 장사라도 불가능했다.

“씨도 못 받은 어린놈이 허리 다치기 전에 그만 두거라!”

“그만둬라, 이놈아! 아무리 힘이 용솟음치는 무뢰배라고 해도 힘으로 될 일이 따로 있지.”

용강이의 용쓰는 모습을 지켜보던 구경꾼들이 비아냥거렸다.

“아야! 아야! 아야!”

용강이의 기압소리가 연거푸 사방에 퍼졌다. 용강이가 다시 한 번 사력을 다해 힘을 주었다. 그러더니 나귀의 네 다리가 땅에서 조금씩 떨어졌다. 그러더니 종당에는 나귀가 번쩍 들렸다.

“대단한 괴력이구나!”

최풍원도 용강이의 믿을 수 없는 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큰형님, 저도 단술 한 잔 주이소!”

용강이가 나귀를 내려놓고는 말했다.

“무지꽁한 놈들! 힘만 쓰면 뭘 하냐? 저는 강수라고 합니다.”

“네 몸집을 보아하니 호리호리한데 힘이나 제대로 쓰겄느냐?”

앞서서 괴력을 보였던 장배나 용강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이는 강수를 보며 최풍원이 시답잖게 물었다.

“큰형님, 화살이 덩치가 커서 호랑이를 잡는 것이 아닙니다!”

“맞는 얘기기는 하지만, 화살이 어찌 호랑이를 잡는다는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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