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출발하거라!”

교리 신덕기 임방주가 머뭇거리는 두 녀석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일단 출발을 하자 두 녀석은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장마당을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그 녀석들은 걷는다 했지만 얼마나 빠른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숫제 전력을 다해 뛰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북진에서 금성 성내까지는 족히 시오리 길이었다. 그러면 오고가고 삼십 리 거리였다. 보통 사람들이 걷는다 해도 한나절은 걸려야 당도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것도 걸음이 빠른 편에 속하는 어른걸음이어야 가능했다. 장마당에 모여 잔치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얼마나 빨리 누가 먼저 도착할 것인가에 대해 점을 치고 있었다.

어느새 해는 서산 가까이 달려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갔다 온다고 하면 한밤중이 되어야 갔다가 올 수 있는 그런 거리였다. 보통이면 이 시간에 그런 거리를 떠나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 놈들이 돌아오기 전에 누가 또 하겠느냐?”

“저는 물개입니다. 특기는 헤엄과 잠수입니다. 물속에 들어가면 지 세상입죠!”

도식이의 물음에 물개란 녀석이 제 재주를 자랑하며 앞으로 나섰다.

“형님, 저 놈 말로는 땅바닥보다 물속이 더 편하답니다. 자는 밥 때 한 번 입수하면 다음 새참 때나 물에서 나오는 놈이라우. 또 헤엄은 어떻고요. 장마철 내리쏟는 그 무서운 물길도 거슬러 헤엄을 쳐 올라가고요, 소용돌이 물속도 겁 없이 뛰어드는 놈이랍니다. 물이 천성인 놈이지요! ”

도식이가 물개의 재주를 치켜세우며 최풍원에게 말했다.

도식이의 역성이 아니더라도 물개의 입수 재주는 청풍 인근에 자자해 최풍원도 이미 물개의 소문을 알고 있었다. 물개는 물뱀이 물을 가르며 나아가듯 날렵한 헤엄 솜씨는 물론이고 사지를 묶어놔도 물속에서 십 리를 가는 타고난 꾼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물개는 청풍을 흐르는 강물 속 지형을 자기 손금 보듯 환하게 알고 있어 어느 지점은 물길이 어떻게 흐르고 어느 바위 밑에는 어떤 고기가 살고 있는지조차 환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소문이 자자해 누구라도 필요한 고기가 있다고 하면 틀림없이 잡아다 주는 까닭에 어신으로 불리었다.

“형님들, 안주로 쓰게 쏘가리 몇 마리 건져오라 할까요?”

도식이가 최풍원과 임방주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아직은 강물이 차니 물개 재주는 후에 보도록 하자.”

최풍원이 도식이를 말렸다.

“강물이 꽝꽝 언 한겨울만 아니면 저는 언제든 물속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요. 큰형님께서 원하시면 당장이라도 저 물속으로 들어가 무슨 물고기든 잡아다 드리겠습니다요!”

물개가 북진나루 포구를 가리키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오늘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함께 먹고 즐기도록 하자.”

최풍원이가 물개를 말렸다.

“동생들도 모두들 둘러앉아 함께 놀아보자!”

임방주들이 도식이와 무뢰배들에게도 같이 잔치를 즐기자며 합석을 허락했다.

“자, 이번에는 어떤 동생이 장기를 보여주겠는가?”

최풍원이 앞에 앉아있는 무뢰배들에게 물었다.

“지는 장배구먼유. 주먹이 장기유. 인제까지 빗맞아도 지 주먹에 맞고 떨어지지 않은 놈이 없어유. 야들아! 뭐라도 상관없으니 아무거나 가져오너라!”

장배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장배의 주문에 따라 솥전으로 달려갔던 무뢰배 두 녀석이 동네잔치 때나 씀직한 커다란 무쇠 솥을 낑낑거리며 들고 왔다.

“남의 솥단지는 왜 다짜고짜 들고 가는 거요?”

솥장수가 무뢰배들 뒤를 따라오며 매달렸다.

“여러 성님들 앞에서 지가 재롱 좀 떨어보겄습니다요.”

장배가 솥을 번쩍 안아 잔치상 앞에 엎어놓았다. 잠시 숨을 고르던 장배가 곰발바닥만한 주먹을 치켜 올렸다.

“에잇!”

짧은 기합 소리와 함께 장쇠의 주먹이 솥바닥을 내리쳤다. 그러더니‘쩌엉’소리를 내며 무쇠 솥이 두 동강 났다. 그러더니 옆에 놓여있던 솥뚜껑을 모로 세웠다. 그러고는 다시 손을 높이 들어 손잡이 꼭지를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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