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앞으로도 돌고 뒤로도 돌다 옆으로도 돌고 제 마음먹은 대로 허공을 돌았다. 그 모양이 마치 개가 제 꼬리 잡으려는 모습 같기도 하고 회오리바람 같기도 했다. 그러는가 싶으면 어느 순간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돌담을 훌훌 타넘기도 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훌쩍 공중제비를 치며 지붕 위에 올라가 있었다. 보는 사람들이 머리가 어지러워 고개를 흔들 지경이었다. 

“이제 그만 내려오너라!”

도식이가 지붕위에 올라가 있는 호달이에게 소리쳤다. 호달이가 지붕 위에서 껑충 뛰더니 팽이처럼 허공을 돌아 잔칫상 앞으로 사뿐하게 내려앉았다. 그러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내가 자네 재주를 너무 과소평가했나보이. 참으로 대단허이!”

최풍원이 박수를 치며 진심으로 호달이의 재주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도 여적지 장을 떠돌아다녔지만, 이처럼 대단한 구경은 첨이요!”

“그러게 말여, 이런 눈 호사는 생전 처음이구먼!”

장사치들도 저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경거리가 청풍장보다 훨씬 더 좋구먼!”

“어디다 청풍장을 대는 겨? 난 앞으로 북진장에만 올 테여!”

장사꾼들뿐 아니었다. 장구경을 왔던 인근 마을 사람들도 한결같이 북진장을 추켜올렸다.

“이번에는 누가 해보이겠느냐?”

“형님, 제가 해보겠습니다! 저는 비호라 하고, 하루밤낮을 쉬지 않고 걸으면 삼백 리는 거뜬합니다. 

비호가 자기의 빠른 걸음을 자랑했다.

“형님, 저 놈은 한양까지도 하루 반나절이면 충분합니다요!”

도식이도 비호의 빠른 걸음걸이를 거들고 나섰다.

“우리 북진본방에도 하루 낮에 이백리를 걷는 왕발이가 있다. 청풍서 충주를 갔다 와서 다시 충주에 당도할 수 있다. 왕발이 이리 나와 보거라!”

최풍원이가 박왕발이를 불렀다.

“하루 밤낮 걸어 그깟 삼백리가 뭐가 빠르다고.”

박왕발이가 비호의 걸음걸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네가 얼마나 빠르기에 남의 걸음을 우습게 생각하느냐?”

비호가 안하무인격의 왕발이 태도를 보며 발끈했다.

“하루 밤낮을 꼬박 걷는다면, 난 하루면 한양에 가겠소이다!”

박왕발이도 지지 않고 대거리를 했다.

“내보기에 어린 놈 같은데 한양은 가봤느냐?”

한 눈에 보아도 어려보이는 박왕발이를 비호가 깐이 보았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하루 밤낮 걸어 삼백리라면 내가 더 빠르오!”

“낮길과 밤길이 같은 줄 아느냐?”

“걷는 것이야 다리가 하는 일이지 밤낮이 무슨 핑계요.”

박왕발이가 자꾸 비위장을 건드렸다.

“동네에서만 노는 하룻강아지 같은 놈!”

“뭐요, 하룻강아지! 그렇다면 큰 강아지 재주 좀 보십시다!”

비호와 박왕발이가 말다툼을 벌이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큰형님, 이 두 사람을 겨루게 해보시는 것이 어떠하실는지?”

도식이가 최풍원에게 비호와 박왕발이에게 시합을 시켜보자고 했다.

“돌병이나 호달이처럼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걷는 것을 어떻게 시합을 붙인다는 말인가?”

도식이의 황당한 제안에 최풍원이 얼른 감이 잡히지 않아 되물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어떻게?”

“저어기 금성 성내마을까지 갔다가 누가 먼저 돌아오나로 내기를 하면 어떨까요?”

금성 성내는 청풍군 북면 지역으로 오성산 안쪽이 되므로 성안 또는 성내라 불렀다. 성내에는 마을보다 높게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어 인근에서는 이를 두둑이라 하였다. 성내는 북진과 인접해 있으면서 북진과 사이에는 두둑이 넓게 펼쳐져있었다. 여기 넓은 들에서는 황기와 담배가 많이 생산되었다.

“그건 좋지만 거기까지 갔다 왔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증명을 하는가?”

최풍원이 도식이에게 물었다.

“글쎄…….” 도식이도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