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바 있다. 이후 정부는 복지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사회로부터 외면 받으며 고통에 시달리다 극단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좀 더 촘촘하고 세심한 복지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충북 증평에서 남편과 사별하고 빚 독촉에 시달리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모녀 사망 사건이 발생,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모녀는 사망한지 최소 두 달이 넘어서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상태 등을 고려해봤을 때 모녀가 적어도 두 달 전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모녀의 사망은 관리비 연체가 계속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의해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이웃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지 못하고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는 사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 모녀는 지난해 남편의 죽음 이후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과 함께 갚아나가던 수천만 원의 채무를 혼자 떠안아야 했다. 엄마가 4살 된 아이를 데리고 경제활동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들 모녀가 얼마나 힘겹게 살았을지 짐작한 말난 대목이다.

지난해 남편의 죽음 이후 이들 모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전형적인 복지사각지대에서 사회의 무관심속에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다. 5만∼6만원 하는 월세는 물론이고 수도비와 전기요금까지 수개월치가 미납된 상태였다. 이들이 사는 아파트 우편함에는 카드 연체료와 수도요금·전기료 체납 고지서가 수북이 쌓여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도의 어려움이라면 자치단체 관할 복지과에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이번 사건은 2014년에 있었던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당시 서울 송파구의 지하에서 살던 60대 노모와 두 딸이 생활고 끝에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이라며 현금 70만원을 넣은 봉투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회에 충격을 준바 있다.

이 세모녀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구축한 사회보장체계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을 개정한 맞춤형 급여 제도를 2015년 7월 시행했다. 정부는 제도를 강화했지만 증평 모녀 사례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사례는 여전히 많다. 이들과 같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은 아직도 취약한 것이다.

무엇보다 복지 대상자 선정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 복지대상자 선정 기준의 정확한 매뉴얼에 따라 신청하지 않는 대상자들은 찾아가 관리해줄 수 있는 시스템마련이 필요하다. 자신들이 복지대상자이면서도 홍보나 관리 부족으로 신청이 안 돼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정부가 추산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무려 93만명에 달한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의 경우 다양한 원인이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 등 문제를 파악해 개인별 맞춤복지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빈곤층에 대한 부양 의무는 가족이 아닌 사회와 국가 등 공적영역으로 확대돼야 한다. 증평 모녀와 같은 비극적인 죽음이 더 이상 없도록 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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