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진본방 임방주들도 함께 문건들을 나르며 잔치준비를 했다. 북진장에 나왔던 사람들도 싸움구경 끝에 잔치까지 벌어지자 모두들 이를 구경하려고 모여들었다. 난전을 벌이던 장사꾼들도 장사를 접고 잔치가 벌어지는 장마당으로 속속 모였다. 잔치준비가 끝나자 최풍원과 임방주들이 상석에 자리를 잡았다.

“형님, 그리고 임방주 형님들! 정식으로 우리 동생들 상견례를 받으시지요.”

도식이가 읍을 하며 말했다.

“이렇게 보면 인사지, 상견례는 무슨……”

최풍원이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형님들, 엄연히 아래위가 있는데 당치 않습니다. 얘들아, 예를 다해 인사를 올리거라!”

도식이가 명령했다.

“형님들, 인사 받으십시오!”

도식이의 명령에 따라 무뢰배들이 일시에 읍을 하며 인사를 했다.

“불미스레 만나기는 했지만, 이것 또한 큰 인연 아니겠느냐? 앞으로 좋은 인연이 되도록 잘해보도록 하자!”

최풍원이 잔칫상 앞에 도열해있는 무뢰배들을 향해 치사를 했다.

“예!”

도식이와 무뢰배들이 다시 한 번 읍을 올렸다.

“그럼 북진본방도 통성명을 하시지요?”

최풍원이 좌우로 둘러앉아있는 임방주들을 보며 말했다.

“대방께서 하시지요.”

광의리 김길성 임방주가 최풍원에게 대신 소개하기를 청했다.

“여기는 나와 같이 북진본방 일을 보고 있는 장석이 형님, 광의리 김길성 임방주, 교리 신덕기 임방주, 양평 김상만 임방주, 단리 복석근 임방주, 연론 박한달 임방주, 학현 배창령 임방주, 북진 장순갑 임방주시다. 단양 조산 차익수 임방주는 이 자리에 없고, 영월 성두봉 임방주와 풍기에서 온 천용백 피륙상이시다. 자네들보다 모두들 연배가 높으니 앞으로 잘들 모시도록 해라!”

최풍원이 북진본방 소속의 모든 임방주들을 일일이 거론해가며 소개했다.

“모든 형님들께 다시 인사를 올리거라!”

도식이의 명령에 따라 무뢰배들이 일사분란하게 허리를 숙였다.

“상견래를 끝냈으니 이제 모두들 어울려 즐겁게 먹고 놀도록 하자! 그리고 북진장에 온 모든 장사들과 장꾼들도 맘껏 드시오! 여기 모인 모든 분들도 함께 하시오! 오늘 이 잔치는 전부 북진본방에서 내겠소이다!”

최풍원이 장마당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 잔치를 함께 하자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형님들, 이런 잔칫날에 볼거리가 없어서 되겠습니까요? 동생들 재주를 한번 봐주십시오. 얘들아, 한 놈씩 나와 형님들께 인사를 드려라!”

도식이가 무뢰배들에게 명령했다.

“저는 돌병이라고 합니다요. 저는 백보 앞에 날아가는 꿩도 돌팔매질로 잡을 수 있구먼유.”

까무잡잡하고 반들반들한 돌병이가 제 재주를 자랑했다.

“말이 무슨 소용이냐. 봐야 믿을 게 아니냐?”

북진 장순갑 임방주가 믿지 못하겠다며 딴지를 걸었다.

“여기서 성님 상투를 맞춰 볼 깝쇼?”

돌병이가 주머니에서 밤톨만한 조약돌을 꺼내 장순갑을 향해 겨누었다. 장순갑이 기겁을 하며 상 밑으로 머리를 처박았다. 그 꼴을 보고 이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배를 잡고 웃어댔다.

“이놈아! 네 재주를 보여드리라 했지, 누가 형님을 놀려먹으라 했느냐?”

도식이가 돌병이를 노려보며 눈을 부라렸다.

“성님, 죄송합니다요!”

“재주나 한 번 뵈드리거라!”

“알겠습니다요.”

도식이의 명령에 돌병이가 들고 있던 돌을 던졌다. 돌이 장마당 맞은편에 있는 초가집 용마루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더니 용마루에서 뛰놀고 있던 족제비를 정통으로 맞추었다. 족제비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데굴데굴 굴러 지붕 아래로 떨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구경꾼들이 박수를 치며 신기해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돌병이는 사람들 박수소리가 끊어지기 전에 또다시 주머니에서 돌을 꺼내 공중을 향해 던졌다. 돌이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거기에는 족제비의 비명소리에 깜짝 놀라 날아오르는 새들이 있었다. 돌은 그 중 한 마리의 새를 정확하게 맞췄다. 새가 깃털을 어지럽게 날리며 땅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을 쳤다. 아이들은 족제비와 새를 주으러 달려가고, 이를 구경하던 구경꾼들은 돌병이의 신기한 재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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