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네놈 원대로 오늘 죽어봐라!”

도식이가 두려운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일부러 큰소리를 치며 최풍원에게 달려들었다. 도식이가 핏대를 올리며 최풍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최풍원의 몸이 허깨비처럼 허공을 날아가 땅바닥에 곤두박질쳐졌다. 최풍원이 개구리처럼 쭈욱 뻗었다.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이 똥고집은 있어가지고…….”

도식이가 땅바닥에 축 늘어져 꼼짝도 못하는 최풍원을 보며 이제는 끝났다 싶었는지 손을 탁탁 털었다.

“오늘,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난다!”

도식이가 등을 돌려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최풍원이가 다시 일어나 덤벼들었다.

“지독한 놈!”

도식이도 독이 올라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도리깨질을 하듯 도식이의 뭇매가 최풍원에게로 쏟아졌다. 무수하게 쏟아지는 매를 두들겨 맞으면서도 최풍원은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다. 도식이는 때리다 지치고, 풍원이는 맞다가 초주검이 되었다. 둘 중 하나는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거나 죽어야 끝날 싸움이었다. 도식이도 찰거머리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풍원이의 끈질김에 진저리가 쳐졌다. 도식이도 지쳐 흐느적거렸다. 그렇다고 최풍원이 힘으로 도식이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도식이에 의해 내팽개쳐지면서도 최풍원은 끈덕지게 달려들었다. 그러면 도식이는 어김없이 최풍원을 또 다시 땅바닥에 태기를 쳤다. 

최풍원은 도식이의 주먹질과 발길질에 맞아 온몸이 욱신거리는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도식이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 너무나 얻어맞아 정신이 가물가물해져가는 속에서도 도식이 놈을 오늘 북진 장바닥에 눕히고 말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때 최풍원의 눈앞에 언젠가 장터를 순례하다 우시장에서 보았던 광경이 떠올랐다. 무슨 까닭에서였는지는 알 수 없었었지만 발광 난 황소가 겅중겅중 뛰며 우시장 사람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우시장에는 평소 힘자랑을 하며 거들먹거리던 건달들도 많았지만, 미친 듯 돌아치는 황소에게 떠받칠까 두려워 모두들 몸을 숨기에만 급급했다. 하나같이 이리저리 도망치며 도망치기에 바쁠 때 최풍원 보다도 체신이 작은 소몰이꾼이 고삐를 들고 황소 앞으로 나섰다. 소몰이꾼이 고를 지어 황소의 목을 향해 던졌다. 고가 지어진 고삐가 날아가 정확하게 소의 목덜미에 걸렸다. 그러자 소몰이꾼은 자기 몸집의 열 배도 넘는 우람한 황소를, 그것도 발광 난 황소를 고삐 하나로 능수능란하게 제압했다.

장사꾼이라면 멜빵 하나쯤은 언제나 지니고 다니는 것이 상례였다. 최풍원이 허리춤에 두르고 다니던 멜빵끈을 재빨리 풀어 고를 지었다. 그리고는 잽싸게 달려들며 순식간에 도식이 목에 고를 걸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최풍원이 잽싸게 멜빵끈을 잡아챘다. 도식이는 목살이 당한 황소 꼴이 되었다. 도식이는 엉겁결에 당한 일이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목살이를 당한 채 허둥거렸다.

최풍원이 소 고삐를 당기듯 거칠게 잡아채며 바람개비처럼 빙빙 돌렸다. 도식이가 중심을 잃고 흔들리며 비틀거렸다. 도식이가 목을 조여 오는 멜빵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최풍원이가 멜빵끈을 잡아채는 통에 소용이 없었다. 목줄을 풀어보려고 앞으로 몸을 숙이면 어느새 뒤로 돌아가 끈을 잡아채고, 뒤로 몸을 젖히며 순식간에 앞에서 목줄을 잡아챘다. 덩치 큰 도식이가 최풍원의 손놀림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허우적거렸다. 숨은 막혀오고 정신조차 차릴 수가 없는데도 도식이는 속수무책이었다. 최풍원이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며 도식이 아랫도리를 세차게 걷어 올렸다.

“어이구!”

급소를 직방으로 맞은 도식이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사타구니를 움켜쥐고 펄펄 뛰었다. 최풍원이가 도식이 목에 걸린 멜빵끈을 더욱 세차게 잡아당기자 도식이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최풍원이 때를 놓치지 않고 새우처럼 구부러진 도식이의 안면을 향해 있는 힘을 몽땅 실어 발등으로 걷어찼다. 바위처럼 육중하던 도식이 몸뚱이가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도식이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땅바닥에 뒹굴었다.

도식이가 뱅뱅이를 치며 땅에 뒹굴자 멜빵끈이 감기며 스스로 포박당한 꼴이 되었다. 도식이는 멜빵끈에 묶여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최풍원이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요강만한 바윗돌을 번쩍 들고 도식이를 향해 다가와 머리 위로 치켜 올렸다. 최풍원의 얼굴은 도식이의 주먹질에 엉망이 되어 윤곽조차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눈빛에서는 살기가 뚝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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