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뀔 때 마다 달라지는 것이 우리나라 입시교육 정책이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학생들이다.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의 입시전형 방법이 다르다면 교사나 학생 모두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인성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공교육이 매번 달라지는 입시정책에 적응하느라, 입시전형에 몰입하는 교육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정부가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교육부도 이전 정부가 만들어놓은 입시정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새롭게 개혁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이달 중순께 2020학년도 대입 개편안과 2022학년도 대입 방안 등에 대한 정부 검토안을 중장기 교육정책 방향을 결정할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로 넘겨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 앞서 교육부가 서울 주요대학들에 전화를 걸어 정시모집인원을 늘릴 수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주문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일부 대학들이 지금의 고교2학년생들이 치르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정시전형 비율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정시모집인원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금수저,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한 급격한 수시 확대에 따른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이대로 가면 수시와 정시 비율이 90대10으로 될 가능성이 커지고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 일부 대학에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지난 10년간 정시가 축소되고 수시가 확대돼 왔던 것은 사실이다. 정시를 중점적으로 공부해온 수많은 학생들이 정시문턱이 좁아졌던 것도 사실이다. 뭔가 효율적인 교육개혁이 절박한 시점이기도 한다. 하지만 입시정책의 전반적인 기조를 변화시키려면 충분한 시간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교육부 간부의 전화 한통화로 급선회하는 입시정책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육현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일이다.

앞서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 과목 확대 기조를 밝힌데 이어 수시에서 객관적 평가 지표로 통하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수능 전형 축소로 받아들였다. 수능 위주의 전형인 정시 비중 확대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다. 문제는 교육부가 정시와 수시 비율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안내나 정시 확대 입장을 한번도 밝힌 적이 없다가 갑작스럽게 정시 확대 추진에 나섰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정시축소·수시확대 기조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예상 수치를 내놓지 않았다.

교육부는 좀 더 심사숙고해 백년 갈 대입전형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즉흥적이고 오락가락하는 입시정책이 수십 년 간 이어져 왔다. 이번 정부에서 만큼은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 원칙에서 세워 오래도록 활용할 수 있는 입시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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