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청주오송도서관 사서

 

아포리아(Aporia). 길 없음을 뜻하는 이 그리스어가 모두 생소할 것이다. 그러면 헬조선, 각자도생, 리더 부재의 시대, 카오스(Chaos)라는 말은 익숙하지 않을까? 위의 단어들은 지금 한국 사회에 던져진 화두이다. 진보 보수라는 이념으로 양극화 되어 버린 사회, 세상살이가 점점 힘들어 자신들의 결혼마저 포기한 젊은이들, 어디로 나가야 할 지 우리에게 비전을 제시해 줄 리더의 부재,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와 판박이처럼 닮은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국제 정세….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가 혼란과 방황 즉, 아포리아 시대에 있다는 것은 직간접적으로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일 것이다.

아포리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리스 시대의 인문학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반성하고 성찰함으로써 이런 ‘길 없음’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은 제1부에서는 우리처럼 아포리아 시대를 살았던 그리스, 로마, 봉건시대 상황과 그리스 고전이 왜 군주의 거울이 되었는지를 제2부에서는 리더인 군주들이 성찰해야 할 가치들을 조명한다.

고대 그리스에게는 3번의 아포리아 시대가 있었다. ‘300’이라는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기원전 5세기 초에 촉발된 페르시아 전쟁, 올림픽에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던 친족끼리 서로 죽이고 죽이던 아테네와 페르시아 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 민주주의 제도를 탄생시키고 현대사상과 철학의 뿌리가 된 문화를 탄생시킨 아테네에서 권력자에 의해 서양철학의 아버지인 소크라테스를 법 혹은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죽인 사법적 아포리아시대. 이러한 혼란의 시대를 극복하고자 그리스의 위대한 사상가이자 역사가들은 군주의 거울이라고 불리게 될 역사, 국가, 키루스의 교육이라는 책을 남겼다. 고대 로마시대에도 아포리아 시대가 있었다. 여러 황제가 등장하고 그에 따른 정치 제도가 바뀜으로 로마 대제국의 유지가 위태로웠다.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에 베르길리우스는 로마 건국 설화를 기록한 아이네이스를 집필함으로써 이런 혼란의 시대에 새로운 나라의 방향을 설정하고 건국의 기초 정신을 후대에 알리려 했다. 왕조의 존립을 위해 주변 나라와 항상 전쟁을 치러야 했던 봉건제국들도 수도원을 중심으로 강력한 리더 및 장차 리더가 될 사람을 교육시킬 인문학 고전들을 집필했다. 그 고전들을 군주의 거울이라고 불렀다.

군주의 거울이 되었던 고대 인문학 속에서 리더가 배우고 갖춰야 할 가치는 무엇들이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12가지 원칙들을, 고대 그리스 책에 표현된 사실들을 그 예로써 설명하고 있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 카페, 식당 등 모임 장소에서 우리 자녀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이 모여서 자녀교육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며 교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군주의 거울-키루스의 교육”은 아포리아 시대를 겪고 있는 현 대한민국에서 자라는 우리 자녀가 사회의 리더로서 뿐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서 리더의 삶을 살길 바라는 부모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또한 과거 군주들이 군주의 거울로 읽었던 인문학의 고전들을 서양화 삽화 및 쉬운 해설로 이해하기 쉽게 쓰고 있어 청소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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