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웬만해서는 무뢰배들의 겁박 정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정도로 담대해졌다.

북진장이 날로 번창해지자 돈푼이나 뜯어 쓰려고 집적거리는 무뢰배들이 나타나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혼자만 먹지 말고 서로 협조하며 삽시다!”

“여기 때문에 청풍장이 시들해져 우리가 굶어죽게 생겼으니 책임을 져야할 것 아녀?”

“그려, 북진 땜에 청풍은 똥 됐어!”

청풍 인근 향시나 난장을 무대로 거들먹거리던 청풍장 무뢰배들이 강을 건너 북진까지 나타나 시비를 걸어왔다. 녀석들은 청풍도가에서 던져주는 푼돈을 주워 먹으며 그들이 시키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고 주구 노릇을 하는 놈들이었다. 이놈들은 괜히 장마당을 어슬렁거리며 타관에서 온 보부상들을 등처 먹거나 힘없는 장꾼들에게 해코지를 일삼으며 휘돌아다녔다. 무뢰배들이 이처럼 청풍 인근 장을 돌며 거침없이 행동하는 것은 청풍도가에서 뒷배를 봐주고 있었기 때문이고, 청풍도가는 청풍관아의 관리들과 결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무뢰배들의 행패에 시달리면서도 이놈들의 패악을 막지 못했다. 장마당을 드나드는 장꾼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이들로부터 장세라는 명목으로 돈과 물건을 뜯긴 사람이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이제 장이 자리 잡기 시작한 최풍원의 근거지인 북진까지 무뢰배들이 건너와 행패를 부렸다. 무뢰배들은 나루터에서 일하는 뱃꾼들과 일꾼들에게 시비를 붙고, 장마당에서는 장사꾼들과 장꾼들에게 트집을 잡으며 훼방을 놓았다. 이 녀석들이 북진장에 와 부리는 횡포는 다른 장에서 하는 것과 달랐다. 여느 장에서 하는 짓거리는 그저 장꾼들을 호달궈 돈푼이나 뜯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북진장에서는 돈을 뜯는 것은 여벌이었고, 장에 온 사람들을 위협해 닥치는 대로 쫓아버리는 것이었다. 북진의 장세가 커지자 기세를 꺾기 위해 청풍도가의 사주를 받고 온 것이 틀림없었다.

“대주, 저놈들 때문에 장꾼들이 겁을 먹어 떠나고 있다우!”

“이러다 우리 장사를 다 망치겠소!”

“우리가 힘을 합쳐 저놈의 새끼들을 쳐버립시다!”

무뢰배들 때문에 장꾼들이 불안해하자 임방주들이 무슨 조치라도 빨리 취해야한다며 최풍원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렇게 하다 큰 싸움이 벌어지면 뱃꾼들도 장사꾼들도 장꾼들도 겁을 먹고 여길 뜨게 될 것이오! 그러면 외려 저놈들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오. 내게도 생각이 있으니 임방주들은 저들에게 대거리를 하지 마시오!”

무뢰배들의 행태에 화를 삭이지 못하고 불끈거리는 임방주들에게 최풍원이 절대로 패거리를 모아 대거리를 하지 말라며 단단히 일렀다.

최풍원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생각만은 분명했다.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었다. 예상은 했던 일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닥쳐올 일이었다. 반드시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었다. 최풍원이 행상을 다니며 다른 장에서는 어쩔 수없이 당했지만 자신의 터전인 북진에서까지 무뢰배들의 행패를 고스란히 당할 수는 없었다. 그것도 예전 풋내기 장사꾼 때의 일이었다. 장마당을 휘젓고 다니는 무뢰배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저들은 더 기고만장해질 것이고, 한 번 꼬리를 내리면 이 바닥을 뜨기 전까지는 저들의 비위를 맞추며 저들의 요구에 따라야 했다. 여기서 밀리면 청풍도가의 하수인이 되어 끝까지 굴종해야만 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최풍원은 무슨 수를 쓰든 이번 기회에 놈들과 맞서서 기를 꺾어놔야겠다고 다짐했다. 설령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맞서야했다. 안 좋은 싹은 애초에 뽑아버려는 것이 후일을 위해서도 상책이었다. 문제는 북진장에 피해를 주지 않고 무뢰배들을 제압하는 방법이었다. 싸움은 키우지 말고 무뢰배들을 굴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방책이 있다면 그것이 상수인데, 워낙에 힘으로만 살아온 녀석들에게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놈들은 상대가 약해서 자신들에게 굽히고 들어오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었다. 타협이 아니라 힘으로 녀석들을 굴복시켜야 했다. 최풍원이 임방주들과 함께 장마당으로 나갔다.

“니들은 워데서 온 놈들이냐?”

“박달재 너머 백운에서 왔어유.”

“니들 마을 장이나 보러 댕기지, 누가 허락을 받고 니들 맘대로 여기까지 와서 장사를 하라고 했어, 엉?”

“북진에 오면 물건도 많고, 쌀도 싸게 살 수 있다 해서…….”

“그런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고 어서 빨리 떠나거라!”

“다리 몽댕이를 작신 부러뜨리기 전에 어서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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