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부초등학교에서는 일종의 ‘구조조정’ 작업이 단행됐다.
대상은 특기·적성 교육. 수강신청 어린이가 20명 안되는 바이올린·탁구·택견 등 비인기과목들은 학교별로 대부분 폐지됐다.
특기·적성교육은 외부강사가 맡는 게 대부분으로 수강 어린이가 적은 과목의 강사료를 학교에서 보태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수강생 적은 수업 모두 폐강 -

‘구조조정’이 끝나자 이들 학교에는 경쟁력 있는 영어와 컴퓨터 등 3∼4개 종류의 특기·적성 교육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학교 관계자들은 “국제화·디지털 시대에 초등학교 때부터 이 분야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주장이다.
월 1만~2만원을 내고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배우던 학생들은 ‘구조조정’ 때문에 컴퓨터나 영어과목을 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 특기·적성 강사는 “외부에서 배우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를 저렴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학교가 박탈했다”고 말했다.
영어와 컴퓨터 과목이라고 무조건 인기 있는 건 아니다. 상당수 학부모들이 학교 특기·적성 교육을 ‘싸구려’ 취급해 자녀를 학원으로 보낸다. 조기 영어·컴퓨터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은 30~40명이 모여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하는 학교교육에 흥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 학부모 사교육비 부담만 조장 -

결국 학생 개개인의 특기와 소질을 계발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특기·적성 교육이 모든 학생을 한두개 과목에, 그것도 비슷한 수준으로 묶어버리는 ‘붕어빵 굽기’식으로 전락한 것이다. 붕어빵 교육에서 벗어나려는 학생,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학교가 조장했다는 비난도 있다.
정부의 교육정책은 최근 개별화 교육과 창의성 개발에 상당 부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기·적성 교육, 수행평가 등이 그 시작이고, 7차 교육과정을 도입하면서 수준별 교육, 선택 교과제 등을 통해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획일적 교육방식은 변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들이 대학에서 대다수 교과목과 인성교육 등 전반적인 분야를 배우는데다, 교육과정 자체가 통합형이기 때문에 그래도 나은 편이다.

- 특성화, 중· 고교선 '남의 일' -

교과별 체제인 중·고교에서는 이같은 정책 흐름을 ‘남의 일’로 여긴다.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의 수업중 발표 경향을 보면 중학교 교육 문제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에서는 문제 자체가 맞는 답을 요구하지 않는 게 많을 뿐 아니라, 자유롭게 생각하고 발표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중학교에서는 처음부터 맞는 답을 요구해 부담이 큰 데다 한두번씩 틀린 발표를 하고 나면 교사가 질문할 때 손을 들기는 커녕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중학교 교사들은 콩나물 교실을 획일적 교육의 가장 큰 원인으로 들었다. 4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교과서 내용 가르치기도 벅찬 형편에 어떻게 개별화 교육이 가능하냐는 거였다.

- "수업시수 · 잡무는 어쩌라고" -

한 교사는 교과 중심으로 대학교육을 받고 교단에 선 뒤로는 자기계발에 무심할 수밖에 없는 교사들의 현실을 지적했다.
한 교사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상황과 문제들을 염두에 두고 수업을 진행하는 통합형 사고가 중등교사들에게 부족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쏟아지는 잡무와 과다한 수업시수 등에 눌려 공부나 연수 기회 자체가 봉쇄된 게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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