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한 형사사건을 많이 다루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사실 피해자의 주장이 있고 일부 관련자들을 그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칼럼을 쓰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최근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불고 있는 미투(Me Too)운동을 보면 솔직히 너무나 당혹스럽고 개탄스럽기까지 합니다.

어렸을 적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 기억납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 장면이 매우 부당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오래 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였는데 여자가 한 남자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이를 밝혔음에도 오히려 손가락질을 받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범죄의 피해자임에도 지탄을 받아야 하는 부당함이 어린 마음에도 이해할 수 없었나 봅니다.

이처럼 성관련 범죄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서 잘 드러나지 않고 피해자이면서도 그 사실을 밝힘에 있어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서 제가 변호사가 될 당시에도 성관련 범죄는 여전히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였고 친고죄가 폐지된 지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솔직히 명백한 범죄의 피해자이면서도 피해자라고 떳떳이 밝힐 수 없는 아이러니 속에서 그러한 점을 노리는 독버섯과 같은 성관련 범행이 자라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이나마 미투운동을 통해서 떳떳하게 피해사실을 밝히고 당당히 진실의 발견과 이를 전제로 국가의 형벌권의 행사 및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요청하는 용기 있는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물론 무분별한 미투운동의 부작용을 우려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고 있고 경청할 만한 의견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속속 밝혀지고 있는 내용들을 보자면 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성은 명백해 보입니다. 사회의 지도층 까지도 은밀히 성관련 범죄를 저지르고, 사회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교묘하게 피해를 확산하고 심지어는 검사임에도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면면을 그대로 보고 있자면 이러한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너무나도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과거 인천의 한 아이가 학대를 견디지 못해 홀로 집을 탈출한 사건이 밝혀진 이후 대대적인 실종아동 확인 등을 통해서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무관심속에 아동학대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그간 얼마나 많은 약자인 여성들이 성관련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을지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마음이 아픈 지경입니다.

밝혀진 아동학대의 사건들을 통해서 상당한 정도로 아동학대의 경각심을 국가가 깨닫고 사전적으로 아동학대의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단순히 미투 운동이 개인의 피해사실을 용감하게 밝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던 성관련 범죄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