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양유기(養由基)는 춘추시대 최고의 신궁(神弓)이다. 어느 날 초나라와 진(晉)나라가 전쟁을 벌였다. 진나라 장수 여기가 활을 쏘았는데 그 화살이 초나라 공왕(共王)의 한쪽 눈을 정확히 명중시켰다. 공왕이 아픔을 참으며 화살을 빼내자 눈알이 함께 빠져나왔다. 공왕이 이를 분하게 여겨 신하 양유기(養由基)를 급히 불렀다.

“그대가 나를 대신해 이 원한을 복수해주시오!”

하고는 화살 두 대를 양유기에게 주었다. 이는 두 발이면 진나라 장수 여기를 쏘아 죽이기에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양유기는 단 한 발의 화살을 쏘아 여기를 죽여 복수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한 발을 공왕에게 그대로 반납하였다.

초나라에는 반당이라는 명사수가 있었다. 하루는 양유기가 그에게 말했다.

“과녁의 중앙을 맞추는 것은 별다른 재주라 할 수 없소. 백 걸음 떨어진 곳에서 버드나무 잎을 맞춘다면 모르겠지만 말이오.” 반당이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해 당장에 실력을 겨루기로 하였다. 버드나무 잎 세 곳에 표시를 하고 백 보 떨어진 곳에서 활을 세 발씩 쏘기로 했다. 먼저 반당이 쏘았다. 버드나무 잎을 맞추기는 했으나 표시한 곳에서 모두 벗어났다. 이어 양유기가 연달아 세 발을 쏘았다. 화살이 모두 표시한 한 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반당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활을 꺾어버리고 학문의 길로 진로를 바꾸었다.

이전에 초나라 장왕 무렵에 두월초라는 자가 반란을 일으켰다. 관군과 반란군이 서로 대치하는 중에 활을 쏘아 승부를 내기로 했다. 이때 양유기가 나섰다. 서로 세 발을 쏘아 상대를 맞추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었다. 먼저 두월초가 활을 쏘았다. 세 발을 쏘았으나 모두 빗나갔다. 이어 양유기가 활을 쏘았다. 첫 발에 두월초를 명중시켜 죽였다. 이때 병사들이 양유기를 한발의 명사수라는 뜻의 양일전(養一箭)이라 부르며 존경을 표했다.

어느 날 양유기가 활쏘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화살이 명중될 때마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감탄을 연발하였다. 잠시 쉴 무렵에 한 노인이 양유기에게 다가와 말했다.

“자네의 활솜씨는 정말 대단하네. 하지만 한 가지가 부족하네.”

그러자 양유기가 의아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나를 명사수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노인께서는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에 노인이 말했다.

“그대가 명사수라면 실력을 그만둘 줄 알아야 하오. 나중에 나이가 들어 힘이 부칠 때에 활을 쏘게 되면 분명 실수가 생길 것이 아니겠소? 그러면 지금까지 쌓아온 백발백중의 명성이 한 순간 사라지고 말 것이 아니요.”

그러자 양유기가 활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로 어느 누구도 양유기가 활을 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는 ‘전국책(戰國策)’에 있는 이야기이다.

백발백중(百發百中)이란 백 번을 쏘아 백 번 다 맞힌다는 뜻이다. 어떤 일이나 계획했던 바가 생각대로 척척 들어맞는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명사수는 활솜씨를 자랑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신의 활을 꺾어버리고 자신을 비운다. 그래서 명성을 얻었을 때 떠나는 자들이 항상 아름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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