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세상사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하면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설레임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힌다는 기대에서 오고 두려움은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하는 조바심에서 나타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새로운 것을 접하면서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간다. 어머니 젖을 물고 기어 다니다 걸음마를 배우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입학을 시작으로 학창시절을 보내고 사회생활을 하다 언젠가 인생 생로병사 사이클을 마감한다. 누구나 그러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고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 배우면서 어렵게 얻은 성취감에 즐거움을 찾곤 한다.

공직 은퇴 후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그동안 안 해본 새로운 세계를 찾고 있다. 누군가가 인생을 즐겁게 살려면 취미를 많이 만들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극히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다보면 취미를 만들고 즐기기가 그리 쉽지 않다. 이 세상 열심히 뛰어도 살아가기가 버거운 게 현실이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저수지를 돌며 운동하고 있는데 산에서 악기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 귀 기울여 들어보니 대금 소리 같았다.

주위에 색소폰 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어 들어보면 멋은 있지만 색소폰은 소리가 커서 집에서는 즐기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대금은 소리도 크지 않고 조용한 성격의 필자에게 맞을 거라 판단하고 배우기로 결심했다. 친구들과 대금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중에 친구부인이 듣고 대금 선생님을 소개해 주어 찾아갔다. 석교동 문화의 집에서 여러 가지 하고 있는데 대금은 방에서 서로 둘러 앉아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각자 연습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대금을 처음 대해보니 신비롭고 감미로워 보였다. 선생님이 알려주는 대로 힘껏 불어도 소리가 전혀 나지 않아 낙담하고 있는데 주위에 대금 선배 분들이 오늘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야 집에 갈수 있다며 엄포를 놓는다.

우체국 울타리를 벗어나 밖에 나오니 이런 생활이 있구나 하며 새로운 세상 구경 한번 해보자고 따라가 보았다. 초대한 집으로 가 식사 준비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지인들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청주에서 자라고 직장생활을 오랜 기간 이곳에서 많이 하다 보니 그런가 싶다. 식사를 마치고 대금 선생님과 대금 구경 겸 구입을 위해 공방에 들렀다. 제작해 놓은 대금을 몇개 가져와서 불어보라고 하며 부는 요령을 알려주어 힘껏 불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 시간 이상 연습하면서 한 번도 소리가 나지 않아 자신감이 없어지고 못하겠다고 실망했는데 소리가 나기 시작하니 신기하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새로운 시작이다.

무엇이든지 처음부터 쉬운 건 없고 꾸준히 노력해서 어느 정도 단계에 올랐을 때 즐거움과 기쁨이 있다. 일생을 살면서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인생 1막에서 체험 했듯이 2막 인생도 여러 가지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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