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26일 대통령의 개헌안을 공식 발의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그 내용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는 20일 개헌안 전문과 기본권 분야에 이어 21일 지방분권과 총강, 경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22일에는 정부형태 등 헌법기관의 권한에 대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한 개헌안은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지난 13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헌법개정안 자문 안을 토대로 한 것이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 30여만에 추진되는 개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시대 변화에 맞춰 손질한 내용들이 많아 주목할 만하다.

부마민주항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항쟁 등 민주화운동 이념이 헌법 전문에 처음 포함됐고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를 신설하는 등 국민주권을 강화했다. 생명권과 안전권, 정보기본권 등 기본권도 헌법상 권리로 보장했다.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수도에 관한 사항도 법률로 정하도록 해 세종시의 행정수도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개헌안에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공개념 내용도 포함됐다. 청와대는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땅(부동산)에 관한 개인의 재산권을 제약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가 연일 개헌안 주제를 발표하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지만 여야는 여전히 거친 말싸움만 벌일 뿐 합의안 도출에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21일에도 야권에선 개헌 합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 제안이 여럿 나왔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참여시킬지 문제를 놓고 야당간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등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했다.

개헌은 분명 대통령 발의보다 국회가 주도하는 게 옳다. 문 대통령이 독자 개헌안을 밀어붙이는 명분은 이해한다. 당리당략을 계산해 6·13 지방선거 개헌 공약을 헌신짝 차버리듯 파기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책임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걸 뻔히 알면서도 발의를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당만 반대해도 국회 통과 가능성이 없는데 범여권인 정의당까지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되면 개헌 논의가 중단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국정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를 약속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야 책임자들은 당장 개헌 일정부터 합의해야 한다. 쟁점사항은 순차적으로 해결하면 된다. 서두르면 충분하다. 계속해 실무적인 테이블 협상에 나서지 않고 서로에게 헛발질만 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국회를 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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