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자 청주시립도서관 관장

 

‘첫돌이 되었을 때 돌상에 차려진 수많은 노리갯감들은 하나도 거들떠보지 않고 그저 다소곳이 앉아 책만 펴들고 읽었다.’라는 일화가 말해주듯이, 명민했던 조선의 22대 왕 정조는 평소 독서광이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정조는 “독서를 오래도록 하여 깨달은 글 속의 이치가 자신의 몸속의 이치와 하나하나 부합되어야만 비로소 참으로 터득하는 것이 있게 된다”라고 강조하였다 하니 이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읽은 것을 몸과 마음으로 체험, 체득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머리가 트이고 깨여 잠재력을 키우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솟아나 우리가 삶에서 마주치는 위기조차 새로운 기회와 무한한 가능성으로 바꿔 줄 수가 있다.

이러한 몰입과 집중의 독서를 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청주시에서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책읽는 청주’ 시민독서운동이다.

우리 시민들이 책을 읽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책을 주제로 기획한 다양한 독후 활동들을 통해 책의 이치를 몸소 체득함으로써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특별한 독서운동이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책읽는 청주’ 시민독서운동의 대표도서로 채사장 작가의 ‘열한 계단’이 선정되어 지난주 선포식을 시작으로 시민들의 책읽기가 본격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열한 계단’이라는 작품은 우리가 어렵게만 여기던 인문학이 한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책을 읽으며 깨달은 이치가 그 사람의 내면과 부합되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작가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몸소 보여준다.

소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길고 지루한 고전 한 권을 집어 든다. 그리고 어렵게 읽어 나간다. 그렇게 소년은 열 한권의 책을 읽으며 무료한 일상 속을 부유하던 것에서 벗어나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꿈을 펼쳐 나간다. 불편하고 어렵기만 하던 지식들이 소년의 세계를 완전히 뒤바꿔 버린다.

어쩌면 요즘 시대에는 책을 읽음으로써 성장을 한다고 말하는 것이 조금은 고리타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책 속의 인문학 작품들을 작가와 함께 따라가는 동안 여러분들은 자신이 거쳐 온 여정을 돌아보게 되고 새로운 세계로 한 계단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책장을 덮을 때 즈음이면 스스로도 놀랄 만큼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년 동안 1천권의 책을 읽은 독서광으로 알려진 채사장 작가는 우리에게 조언한다.

“책이란 많이 읽는 게 다가 아니라서 어떤 독서는 한 인간의 지평을 넓히지만, 어떤 독서는 오히려 그를 우물에 가둔다.그러니 ‘불편한’ 책을 읽어라. 나를 불편하게 하는 지식만이 굳어 있는 내면에 균열을 일으켜 나를 한 계단 성장시킬 수 있다”라고!

올 봄, 나를 불편하게 하지만 굳어 있는 나의 내면에 균열을 일으켜 자신을 한층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인문학의 힘을 ‘책읽는 청주’ 대표도서인 ‘열 한 계단’을 통해서 알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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