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유례없는 ‘청년 일자리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은 청년 고용 상황이 최근의 경기 회복세에도 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20대 후반의 청년 일자리 문제가 특히 심각한 이유는 우리의 현대사와 무관하지 않다.

특별한 청년일자리정책을 펴야하는 이유는 현재의 청년이 에코세대이기 때문이다. 에코세대란1979년부터 1992년 사이에 태어난 20~30대 계층으로, 한국전쟁 이후 급격한 출산으로 태어난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의 자녀세대를 말한다. 전쟁으로 인한 사회 현상이 수 십 년이 지난 후 2세들의 출생 붐으로 다시 나타나는 것을 산 정상에서 소리치면 얼마 후 소리가 되돌아오는 메아리(에코) 현상에 빗댄 말이다. 에코세대는 베이비부머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성장해 교육수준이 높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비율도 높다. 그러나 경기 불황과 저성장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고 있다. 201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695만명)와 에코세대(954만명)는 전체 인구의 34.4%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 실업자 수(43만5000명)와 실업률(9.8%)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인 1999년 이후 최대 수준을 찍었다. 체감실업률은 22.7%로 치솟았다. 일자리의 양뿐만 아니라 질 역시 나빠졌다.

문재인 정부가 내 놓은 이번 대책은 최근 에코세대 증가 등 인구 구조적 요인에 따른 3가지 원칙에 4대 분야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3대 원칙은 실질적인 청년 지원을 통한 체감도 제고,민간부문의 청년 일자리 수요 창출에 중점, 재정 직접지원은 원칙적으로 한시 추진 등이다. 중점과제는 취업청년 및 고용증대기업 지원 강화, 창업활성화, 새로운 취업기회 창출, 즉시 취·창업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 강화 등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정책의 중요성에 대해 ‘회색 코뿔소’에 비교하면서 “지속적으로 위기를 경고했음에도 무시하거나, 알면서도 대책을 만들지 못할 경우 코뿔소가 달려오는 재난 수준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정부는 청년 체감실업률이 23%에 이르는 가운데 ‘에코 세대'로 불리는 1991~1996년생 39만명이 2021년까지 노동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14만명이 실업상태에 빠질 것이란 분석이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공공기관과 대기업 일자리를 원하고 있지만 가고 싶어 하는 만큼 갈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중소·중견기업, 창업 쪽에 자부심을 갖고 뛰어들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생태계를 조성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 셈이다. 이번 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다행히 예산에 사용될 추경은 지난해 국가재정을 결산하고 남는 여유 재원에서 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사용해야할 자금인 것은 분명하다. 청년일자리가 좋아지면 내수경기도 좋아지는 선순환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에코세대가 사회에 제대로 자리를 잡는 3, 4년이 고비다. 정부가 이 시기만이라도 특별히 집중관리 한다면 향후 우리경제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구조적인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하더라도 적어도 에코세대들에 해당되는 이번 정책만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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