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십여년간 업체로부터 뒷돈 수억 받은 정황 포착
수사 착수하자 사직서 제출…공단 관계자들 “전혀 몰랐다”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전경.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전경.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관리공단) 한 간부가 업체에서 뒷돈 수억원 이상을 받아오다 사정기관 수사가 시작되면서 잠적했다.

직원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관리공단 고위관계자들은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관리부실’이 고착화 됐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최근 복수의 수사기관은 관리공단 A간부가 임대로 놓은 청사 앞 주유소로부터 십여년 넘게 매월 200만원씩을 받아 온 정황을 잡고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 A씨는 사직서를 낸 채 자취를 감췄다.

관리공단 관계자는 “A간부가 지난 5일 ‘건강이 안 좋아 요양을 간다’며 갑자기 사직서를 냈다”면서 “갑작스런 사직이유는 자세히 모르겠다”고 밝혔다.

아직 정년을 2년 가까이 남겨 논 A씨의 갑작스런 사직에 대해 공단 직원들도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관리공단이 임대한 청주 솔밭공원 사거리 B주유소는 수십년째 이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관리공단은 직영체제로 주유소를 운영해오다 2006년 임대로 전환했다.

임대전환 이후에도 이 주유소는 특정 정유사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주유소 부지는 청주산업단지 내 유일한 주유소로 수십년째 독점영업을 벌이고 있는 알짜배기 주유소로 정유업계에서는 들어가기만 하면 돈이 벌리는 ‘명당’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같은 ‘명당’을 십여년 간 독점으로 계약할 수 있었던 계기가 A씨의 뒷돈이었을 것이라고 수사기관들은 파악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해당 주유소는 공단 내에서도 자리가 좋아 다른 주유소보다 기름 값을 20%가까이 높여놔도 장사가 잘되는 곳으로 통한다”며 “단 한 번도 임대 공고가 붙거나 광고가 나온적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특정 업체와 공단이 짬짬이를 해 독점으로 계약한 만큼 힘을 써준 사람은 많은 뒷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건 상식”이라며 “십년이 넘도록 한 업체를 밀어주는 조건이면 업계 관례상이라도 무언가 오가는데 이걸 조직 내에서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면 이미 관리부실이 고착화된 부실 공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관리공단 관계자는 “직영을 하다 임대를 놨는데 조건이 좋다보니 한 업체가 지속적으로 운영한 것이지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수사기관들도 이같은 부분을 눈여겨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14일 관리공단을 찾아가 관리공단과 정유사가 맺은 임대차계약서, 내규, A간부 관련 인사기록 등을 가져갔다.

정유사와 공단 간 임대차계약에서 문제가 없는지, 이 과정에서 A간부가 얼마나 많은 비위행위를 벌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요구한 것이다.

관리공단 관계자는 “2명의 수사관이 찾아와 ‘A간부가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사실을 알았다”며 “정유사 관련 임대차 계약서 및 각종 서류를 요청해 전달했고, 문제가 있는 사실도 알게 돼 직원들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관리공단 간부도 “전혀 몰랐다”면서 “개인적인 일탈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부터 쭉 특정 정유사와 거래해서 경영을 누가하느냐 관여할 일도 아니고, 개인의 일탈로 인해 배신감도 들고 여러 가지로 실망”이라면서 “한편으로 생각하면 원망도 되지만 개인이 어떻게 하든 간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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