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국경제는 부동산경기가 침체되고, 음식점 업주들이 세금을 감면해 달라며 길거리로 나섰고, 각종 경제지표가 적신호를 보이는 등 서민경제가 쪼그라들고 있다.

이처럼 경제 불황의 심각성을 대변하듯 최근 언론에서 보도하는 경제소식은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1997년 위환 위기 당시 부동산 가격이 곤두박질쳤던 경험을 한 우리는 작년부터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감정가격의 절반 이하로 낙찰되는 경매물이 급증하고 있어 또다시 IMF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한국경제가 IMF 보다 더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찮지만, 이를 반증하듯 서민용 주택인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에서 ‘절반가 낙찰’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경매정보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에서 지난 9월까지 감정가의 50%이하로 낙찰된 경매물은 모두 2만1천23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1만3천213건)에 비해 61.4% 급증했다.

특히 감정가의 절반가격에 낙찰되는 물건은 작년 10월까지 매달 1천500건 안팎이었으나 지난 8월 처음으로 3천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문제는 낙찰가율이 50% 아래로 곤두박질하면 빚 변제 후 채무자에게 한 푼도 받을 것이 없다는데 있다. 이러다보니 서민용 주택은 입찰 자체를 기피하고 있어 서민들의 생활고는 궁핍하다 못해 말라 비틀어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 경기가 어느 국면에 와 있는지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 9월 96.9로 전달(97.1)보다 0.2포인트 하락, 지난 4월(-0.1포인트) 이후 6개월째 내리고 있고, 향후 경기전환 시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2.3%로 전달(2.4%)보다 0.1포인트 떨어지며 6개월째 하락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경기지표가 6개월 이상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어 이런 지표들로 미뤄 볼 때 한국경제의 불황극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수출 2천억달러달성의 자축연이 채 끝나지 않은 가운데 달러가치 하락으로 수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되고 내수도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힘들어 못 살겠다”는 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요즘 경기불황으로 하루 평균 190개 음식점이 폐업하고 10곳 중 한 곳이 문을 닫는데 휴업하는 음식점까지 계산하면 전체 업소 중 30%가 문을 닫고 있다.

오죽하면 음식점 업주들이 ‘생존권 사수’를 위해 거리로 나섰을까. 이들이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경제 불황으로 소비위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반증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들은 역사 이래로 아무리 어려운 국난의 위기를 맞아도 위기에 강한 면모를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충분한 저력을 갖고 있다.

현재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할 정부의 정책과 한국형‘뉴딜정책’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정치인들의 각성을 통해 국민들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는 일이다.

신행정수도건설도, 부동산 투기도, 정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서민들은 “곧 좋아지겠지”생각하며 마른 수건도 쥐어짜면서까지 하루하루 경제적 고통을 감내하며 살고 있다.

서민들이 작지만 최소한의 경제적 고통을 덜고 허리를 펼 수 있는 희망적인 사회를 꿈꾸는 것이 지나친 일일까.

이것이 결코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참여정부와 정치인들이 진정한 상생의 정치를 통해 증명해 보여 줄 것을 촉구해 마지않는다.

김 정 원  <옥천담당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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