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충북도지사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단견에서 연유한다. 이 지사의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이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기 때문에 이 지사가 탈당을 결행해 강력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탈당 촉구론’은 명분과 방법론에서 빈약하다.

신행정수도가 충청권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그렇게 되길 기대하지만 충북도지사가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결정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입장에 있지는 않다. 그 뿐 아니라 이 지사에게 탈당을 촉구하려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한나라당의 반대 주장이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먼저 입증해야 한다.

가정하여, 한나라당이 신행정수도 건설에 찬성한다는 당론을 채택했다손 치더라도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을 헌재가 기각했을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이같은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탈당을 종용하는 행위는 선출직 단체장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약점 잡는 정치적 공세가 된다. 물론 하늘같이 믿던 신행정수도 건설이 위헌결정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흔들리는 현상을 바라보는 충청인 치고 흥분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은 정치권에서 가부를 논의한 결과 부결된 법안이 아니라 대통령이나 국회, 대법원과 똑같은 헌법적 권위를 보장받는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진 사안이라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과 충북도의 도지사 탈당 여부와는 애당초 상관관계가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동안 이 지사가 도정 수행을 잘 했느냐 거나, 또는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 여부를 논의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고자 한다.

신행정수도든 아니면 그에 준하는 대안이든 감정적 대응과 정치적 득실계산에 치우친 방식으로는 성사시키기 어렵다. 신행정수도는 충북도지사 한사람에게 가하는 탈당촉구로 결판나거나, 위헌 결정 책임이 뒤집어 씌워질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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