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우체국 퇴직자 모임인 정우회에서 민속전래 새해맞이 윷놀이를 했다. 정우회에서는 회원 간의 친목도모와 미풍양속 계승발전을 위해 해마다 연례행사로 윷놀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직에 있었기 때문에 참가자격은 없었고 축하하기 위해 찾았었는데 금년도는 회원자격으로 참석하고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주 즐겨 놀던 윷놀이를 하니 지난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옛날 초가집 농촌 풍경이 떠올랐다.

윷놀이에 대한 유래는 다각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아직 정설은 없고 아주 멀리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윷놀이는 윷과 윷판 및 윷말만 있으면 장소에 구애 없이 어디에서나 놀 수 있어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친근한 서민적 놀이 문화다. 윷놀이는 재미로도 하지만 농경사회에서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윷판을 농토로 삼고 윷놀이를 통해 윷말을 돌려 계절을 변화 시키면서 항구적인 풍년농사를 기원했다고 전해온다.

그날 정우회 윷놀이 행사는 약 80여명이 모여 오는 순서대로 편을 짜서 했는데 모두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술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즐겼다.

연세가 많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있어 이들 차례가 되면 옆에서 윷을 가져다 챙겨줘야 했고 어떤 사람은 차례가 오는 줄을 잘 몰라 알려 줘야 했다.

그러면서 웃곤 했는데 당사자에겐 얼마나 답답하고 불편하게 느꼈으리란 생각에 무심한 지난 세월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중에는 필자의 초임시절에 같이 윷놀이를 했던 선배도 있었는데 지난날을 이야기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40년 전 이야기다.

그나마 그날 윷놀이에 참석한 사람은 그래도 건강한 사람들이고 안 보이는 선배 분들도 많이 있었다. 비슷한 연배의 주위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으니 상태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하여 안타깝고 허전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분들 젊은 시절 우체국은 주민들이 가장 많이 즐겨 찾고 반기는 기관이었다.

우선 전화가 자석식 전화라 우체국 교환대에서 교환원들이 코드를 연결시켜 주어야 하기 때문에 우체국에는 항시 교환원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초임시절 그 목소리는 지금도 귓전에 맴돌고 있다.

그리고 우편집배원의 가방 속에는 지금은 사라져가는 예쁜 손 편지로 가득차 있어 집배원이 마을 어귀에 나타나면 주민들이 반갑게 달려 나오곤 했었다. 그들은 우리나라가 세계경제 10위권에 진입하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한 국가의 보배들이다. 그러한 역군들이 세월의 흐름 속에 이제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있어 안타깝고 애잔한 마음 간절하다.

윷놀이를 하면서 어릴 적 윷놀이 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함께놀았던 옛 친구들 모습이 그리워지는 하루였다. 정우회 모임에서 윷놀이로 하루를 즐겁게 보내며 윷놀이의 본래 취지대로 풍년농사와 우리 정우회원들은 물론 국민 모두의 건강과 축복을 기원하며 새해를 맞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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