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봄이 왔다. 입춘이 지나도 한참이나 강추위가 지속됐지만 봄은 결국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봄이 오면 설렌다.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봄의 공기를 가슴 깊이 들여 마셔본다. 생기가 온 몸으로 퍼지는 듯하다. 봄이 오면 많은 사람들은 농부가 봄을 맞아 파종을 하듯이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학교도 그렇다. 겨울을 떠나보내고 새봄을 맞이하듯 새 학년 새 학기를 봄부터 다시 시작한다. 많은 학교들이 3월초에 입학식을 하고 신입생을 맞아들인다.

학교의 문턱을 처음 디디는 초등학교 1학년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학교 곳곳을 바라보며 신기해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렇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중학교로 진학하고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이 되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는 학생은 어쩌면 축복을 받은 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당연할 것 같은 정상적인 코스를 어떤 사람들은 중도에서 멈추기도 한다. 그 이유도 여러 가지다. 학생을 둘러싼 가정환경의 탓도 있고, 건강상의 문제로 그럴 수도 있다. 그밖에 여러 가지 사연들로 중도에 학교를 그만 둔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것 같지만 우리 주변에는 그렇게 중도탈락한 분들이 의외로 많다. 물론 그 중에 많은 학생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도 하고 검정고시 등의 방법을 택해 상급 학교로 진학하기도 한다.

그렇게 학업을 다시 잇기 위한 방법으로 방송통신중학교와 방송통신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는 방법도 있다. 방송통신중학교가 2018년 올해 개교해 첫 입학식을 갖는다. 방송통신중·고등학교에는 중도탈락한 학생들이 모여 공부를 하는데, 여기에는 10대의 어린 학생부터 70대 이상의 고령의 학생들로 연령층이 매우 다양하다. 필자는 방송통신고등학교 입학 문의와 관련해 ‘나이가 많은데 괜찮겠느냐?’는 전화를 받곤 한다. 방송통신중·고등학교는 나이와는 무관하다. 오히려 연세가 많으신 학습자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서로가 멘토가 되어 학업을 도와주고 때로는 인생의 상담자가 되어 주기도 하여 학교생활을 더욱 알차게 한다. 필자는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진학해 다시 대학원까지 진학을 한 고령의 학습자를 여러 분 알고 있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문제지 학습자를 둘러싼 환경이나 나이 따위는 학업을 향한 열정을 잠재우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르신 학습자들의 그러한 열정적인 모습은 10대나 20대의 젊은 학생들에게도 교훈을 주어 어르신을 본받아 다시 학업에 전념하는 학생들을 필자는 여러 명 보았다.

이제 봄이 다시 왔다. 추위가 아무리 거세어도 계절의 변화를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배움에의 의지는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도 뒤늦은 나이도 막을 수 없다. 봄이 오면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듯이 배움의 의지로 다시 시작하는 학생들은 나름대로의 학문의 꽃을 활짝 다시 피울 것이다. 입학식에 참가하는 학생들 특히나 다시 학업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격려의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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