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창간 5주년에 부쳐-

충청매일의 창간 5주년은 수리적 개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지나온 5년간 남들이 10년, 20년에 걸쳐 겪어야 할 일들을 압축적으로 경험했다. 창간 초기의 비꼼과 질시가 저강도의 ‘딴지 걸기’였다면, 충청매일를 향해 수시로 자행되는 유ㆍ무형의 생채기 내기는 호흡을 가쁘게 몰아 쉬도록 만든 ‘침략행위’였다.

‘자본’과 ‘패거리’의 결합을 최상의 가치로 인식하는 혼돈의 시대에 열정으로 자본을 대신하고, 배짱으로 패거리를 대적하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충청매일는 훌륭히 해냈다. 그 결과 충청매일는 지역 언론 가운데 가장 건실하고 튼튼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문과 방송을 망라한 어느 타 언론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완벽한 수준의 편집권 독립을 실현하고 있다. 이제 충청매일는 오늘이 있게 한 대내외적 연단과정에 오히려 고마움을 전한다.

창간 5주년을 맞는 오늘 충청매일는 고도의 훈련과 기체정비를 잘 마친 전투기와 비견된다. 충청매일에 있어 지난 5년이 내성(耐性)과 근력(筋力)을 기르는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5년은 이처럼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비행하는 근성을 보여주는 시기가 된다. 이를 위해 충청매일는 일체의 초점을 ‘언론의 길’이라는 하나의 과녁에 집중한다. 충청매일가 겨냥하는 궁극적 목표는 ‘언론’그 자체이다. ‘언론’이 ‘언론의 길’을 가기가 유난히 어려운 한국적 상황은 언론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자본, 권력, 패거리, 이념…등이 봉건시대 장원(莊園)의 영주(領主)처럼 둥지를 틀고 앉아 외연을 확대하는 대상에서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인류 문명사에 언론 기능이 수행되기 시작한 이래 이들로부터 자유를 획득하지 못한 언론이 언론의 길을 제대로 가지 못했음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의 역사가 증명한다.

이 시기, 충청매일가 언론으로서 지극히 평범한 다짐을 하면서도 특별하게 각오를 밝히는 현실은 이 나라 언론의 불행한 숙명임에 분명하다. 언론외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언론이 도구로 이용되는 기현상을 시정하려는 노력보다는 언론 스스로 자청해 신문과 방송간, 신문과 신문간 편가르기에 나서고, 언론으로서의 책무보다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서의 언론을 더 향유하는 현상을 충청매일는 개탄한다.

지역에서는 언론이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아니라 귀찮은 존재쯤으로 폄하 당한지 오래다. 언론관 없는 경영진, 연줄에 의지해 개인적 이해관계를 개입시키는 간부급 기자, 의욕 상실 상태에서 어제와 같은 오늘을 또 오늘과 같은 내일을 이어가는 기자들이 합작해 생산하는 것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영역을 일탈한 언론은 사회의 흉기이자 개혁 대상임에 동의한다.

충청매일는 천박한 자본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며, 중앙과 지방을 포함한 제반 사회권력으로부터 독립할 것이며, 다수를 위장한 패거리로부터 의연할 것이며, 편협한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임을 다시 확인한다. 그리하여 충청매일가 가는 길이 한국 언론의 길이며, 지역언론의 전범(典範)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현대사회는 분권과 다극화를 기초로 하는 고도의 지식기반사회이다. 중앙집권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계층과 이해집단이 세분화 돼 경쟁과 조합을 반복하며 사회적 진화를 이뤄낸다. 지방은 더 이상 변방의 의미가 아닌 분권의 중심기지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변혁사회의 추세에서 우리가 속한 지역의 언론만 과거회고형의 아날로그 사고를 탈피하지 못하는 행태를 우리는 거부한다. 더 이상 충청매일는 경쟁관계에 있는 타 언론사들의 안일(安逸)을 자양분으로 삼지 않고, 우리의 문법을 우리가 만들며 우리의 길을 갈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속한 지역에 음울한 암호처럼 오염되는 지역신문에 대한 비아냥의 대부분은 신문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려는 시도나 나아가 언론의 존재자체를 무시하려는 풍토는 시정돼야 하고, 그렇게 되도록 충청매일가 앞장설 것이다.

충청매일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독자들의 성원과 질책이 절대적 기반이었다. 독자들에게 무한 감사를 드린다. 충청매일는 한층 더 독자에게 봉사하고, 오로지 독자에 대해 책임지는 언론 본연의 길을 가고자 한다. 오늘, 창간 5주년을 맞는 충청매일의 선언은 ‘우리는 길을 간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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