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존폐논란]- 존치(안성호 충북대교수)對폐지(김연각 서원대교수)

사회적으로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존폐 논란이 뜨겁다. 국보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지난 1945년 제정된 법률이다.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는 반국가 단체 구성, 목적 수행, 자진 지원·금품 수수, 잠입·탈출, 찬양·고무, 회합·통신, 편의 제공, 불고지, 특수직무유기, 무고·날조 등이다.

국보법의 존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며 현 정부들어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을 빚고 있다. 국보법 논쟁으로 불거진 사회적 갈등은 진보와 보수세력간 이념 대결 구도로 고착화되면서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충청매일는 지상좌담회를 마련, 국보법 폐지에 대한 찬·반 양론의 근거와 당위성 등을 비교, 국보법 존폐 논란의 객관적 접근을 통한 결론 도출을 강구해 본다.                                                 편집자

▷국가보안법 존폐에 대한 견해는 무엇(찬성 또는 반대)이며, 그 이유는.

△안성호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존치해야 한다. 국보법 폐지주장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남북한 군사적 대치상황에서 전략적으로 북한의 전략을 이롭게 하거나 북한의 체제우월성을 입증해주는 것으로 매우 잘못된 안보·대북정책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핵보유가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보법까지 폐지하면 북한은 이를 오판하고 민족공조를 강조하면서 북한체제우월성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주적 개념이 모호한 점과 군의 사기도 고려, 국보법 폐지는 남북한 군축이 가시적으로 성사될 때쯤으로 미뤄져야 한다.

민주화 덕분으로 국보법에 대한 인권유린사례가 현저히 사라지고 있고 노 정권이 군사 권위주의 정권은 아니기 때문에 남북한 특수 대치상황에서 국보법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국보법 때문에 얻는 불이익보다 국보법이 존치됨으로써 얻는 국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도 존치가 타당할 것이다.”

△김연각 서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폐지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의 내용을 보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를 다분히 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것이 7조 찬양·고무 등에 관한 조항이다. 이 조항은 일반적인 법의 요건을 무시하고 있어서 법집행자가 자기 마음대로 법을 적용할 수 있고, 최고 7년까지 징역에 처할 수 있게끔 돼 있다. 

또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정권 수준의 것이건, 국가 수준의 것이건 북한이라는 존재가 ‘반국가단체’에 해당한다.
또 권력자에 의해 정치적 반대자들을 숙청할 수 있는 법적 장치로 오용될 수 있고, 실제 과거 우리 역사에서 그런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정치적·경제적·군사적으로 우리의 안보태세는 국보법에 의존하지 않아도 확고히 다질 수 있으며, 북한에 유사한 악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우리도 그런 악법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고 북한의 대남적화 노선은 현실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내부 결속을 위한 대내용 노선이라는 성격이 더 강한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불거졌던 진보와 보수의 대결 양상이 최근 국가보안법 존폐 논란으로 재점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과 조정 방안은.

△안=“국보법의 해악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지금 정권에 대한 민주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약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오히려 모순된 설명이다.
문제는 개혁의 방법과 속도인 것이다.
보안법 존폐문제도 마찬가지다. 폐지는 너무 속도가 빠른 것이다. 국보법 폐지론자들은 자유주의자, 인도주의자, 민주화 투사 등으로 미화하는 반면 보안법유지나 개정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반민주, ‘수구골통’으로 몰아서 선과 악의 극단적 대립으로 만드는 것은 폐지 논의자체만으로도 국론을 양분, 국력을 소진하게 만드는 일이다.

현 정권은 건전보수세력의 입을 막는 군사정권때보다 더한 운동권 정권으로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를 연상케 하고 있다.” 

△김=“이 문제를 올바로 다루기 위해서는 현재 일고 있는 국보법 논란의 본질을 꿰뚫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념 논쟁을 통한 국력 소모가 아니라,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문제이다.

정부·여당이나 야당 가릴 것 없이, 현 정치지도자들은 국민 대다수가 고통을 겪고 있는 현 경제위기의 직접적 혹은 간접적 책임자다.

이념논쟁이야말로 이 사람들의 가장 좋은 도피처가 될 수 있다.
국보법은 진보-보수 이념 대립의 재료가 될 수 없다.
현재의 국보법은 진정한 안보와는 거리가 먼, 오히려 방해가 되는, 단순히 독소일 뿐이다.”

▷국가보안법 중 독소조항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과 이를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안=“현행 국보법 중 2조 반국가단체 중 정부참칭 부분은 개정·폐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내란목적 단체가입죄나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는 3조 반국가단체가입죄의 일부조항,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할 수 있는 6조 잠입탈출 및 8조 회합통신죄의 일부조항, 내란예비음모죄로 적용할 수 있는 4조의 목적수행 일부조항 등은 개정·폐지를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남북교류협력법을 미국의 애국법 수준으로 무게를 둬 철저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 5조 금품수수·편의제공죄는 존치해야 할 것이다.

한 연구소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주제로 강좌를 개설하는 등 국보법 7조의 찬양·고무죄에 해당하는 사안들은 열린우리당 형법개정안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학생이 소설 ‘태백산맥’을 동아리 친구들과 토론하면 국보법 7조4항 반국가단체 및 그 구성원을 찬양·고무할 목적 죄로 처벌된다.

이러한 양면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남한 내 시민의식의 건강성을 존중, 찬양고무죄 일부조항을 폐지하는 대신 어떤식으로든 그 한계를 국보법에 규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군이 잠수정을 타고 동해안에 상륙하는 것을 보고 신고하지 않을 때는 국보법의 10조 불고지죄로 처벌해야 하며 개정·존치해야 한다.

그 외의 내용은 대부분 존치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하려는 세력의 움직임을 막는 장치는 있어야 한다.”

△김=“국보법은 그 목적을 규정하고 있는 1조부터 잘못된 것이다.
이 법의 목적은 ‘반국가활동’ 규제라고 밝히고 있는데, 형법에 이미 관련 조항이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일 뿐만 아니라, 반국가활동의 내용이 매우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7조 찬양·고무 등에 관한 조항이다.
1항의 반국가단체의 정의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찬양·고무의 구체성이 결여돼 있고, 특히 동조는 대단히 자의적인 개념이다. 예컨대 누가 문제 있는 발언을 했을 때 내놓고 반박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동조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이 10조 불고지 조항인데,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가 자의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반 국민들이 그것을 판단하기란 대단히 어렵고, 결국 그런 정황을 알았느냐 몰랐느냐 하는 판단도 법집행자의 자의적 판단에 달려 있다.

또한 친족인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돼 있지만, 감경이나 면제의 주체는 법집행자일 수밖에 없으며 모든 국민들은 상대가 비록 아버지라 하더라도 신고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것은 인륜에 어긋나는 것이고, 요즘 말로 우리의 ‘관습헌법’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남북관계 화해와 평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지, 그 배경에 대한 견해는.

△안=“88서울올림픽 이후 거의 일방적으로 남한은 북한에 대해 정부나 민간부문에서 지원과 협력교류를 하고 있다. 국보법 때문에 지원이 성사 안된 경우는 거의 없다.  같은 민족이라고 모든 것을 봐주는 식으로 하게 되면 오히려 세계화시대에 보편적 국제관행에 적응하기 어렵게 된다. 남한은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민족공조도 중요하지만 상호간 호혜적 차원에서 상호 주고받는 국제관행을 제도화해 민주적 훈련을 하나씩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국보법이 그동안 북한의 적화야욕을 막아준 일등공신의 커다란 공과가 있었음을 부정하거나 과소평가해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다.

우선 국보법 자체가 국민에게 안보불안감과 위기감에서 상당히 안정적인 안전판역할을 해주고 있어 이를 굳이 흐트러트릴 아무런 이유가 없다. 더욱이 지금은 어려운 경제문제를 온 국민이 단합해서 해결해야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있다.

압도적 국민여론(존치개정 70%)의 대세에 따라 열린우리당이나 노 대통령이 지혜로운 정치적 결정을 하기를 기대한다.”

△김=“국보법이 남북관계 화해와 평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남북간의 접촉에서 북측이 수시로 주한미군 문제와 함께 이 문제를 걸고 넘어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들의 명분 축적용, 협상용 칩(chip)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화해나 평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그 길로 나아가고, 상황에 따라 관계진전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런 저런 이유를 들어 거부 자세를 보여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 문제는 뒤집어 생각하면 쉽다. 즉 우리가 만일 국보법을 폐지한다면 이로 인하여 현안이 되고 있는 핵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고 또 남북간에 화해나 협력이 갑자기 활기를 띠게 되게 될 것은 아니지 않는가. 국보법과 남북관계는 별 관계가 없고 다만 우리 남측 내부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정리=김동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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