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발전향배]-헌재 결정으로 향후 추진 사실상 불가능

▷추진일지=지난해 2월 출범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지방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2년 9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때 당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해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기겠다”고 밝혀 선거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이 때부터 전국이 신행정수도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이 공약이 전국적 관심사로 대두되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같은해 12월 “노무현 후보가 서울이전 공약을 앞세워 충청권 유권자를 속이고 있다”고 뒤늦게 공세에 나섰으나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설마 추진되겠나”하는 수도권 유권자들의 소극적 자세는 이회창 후보에게 힘이 되지 못했으나 “무엇인가 획기적인 지역발전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한 충청권 주민들은 노무현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노무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배경에는 젊은층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지만 충청권의 몰표도 한 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신행정수도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달도 안돼 추진기획단과 지원단을 발족시키고 5개월 후인 같은 해 7월21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안이 입법예고됐다.
논란속에 같은 해 12월29일 이 법안은 한 국회 표결에서 찬성 167표, 반대 13표, 기권 14표로 나와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올해 4월 수도이전반대국민포럼이 ‘특별법 폐지’ 국회 청원에 이어 지난 7월 특별법 헌법소원 및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헌법소원이 접수되기 일주일 전인 7월5일 정부는 연기·공주지구를 신행정수도 후보지 평가 결과 1위로 발표했다.
그러나 석달 열흘만인 지난달 21일 헌재는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정부의 신행정수도건설 추진은 결국 1년 6개월여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신행정수도건설 추진의 법률적 근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재추진 가능한가=헌재가 국민 동의를 구하는 국민투표 미실시를 위헌 원인으로 지적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개헌을 통한 국민투표 실시로 재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나 대통령의 발의와 함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
이를 거쳐 다시 신행정수도건설 찬반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재 상황의 물리적 여건으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또 신행정수도건설을 국민투표에 부치더라도 전 국민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의 지지를 얻기가 힘들다.
수도권에서 위헌 헌법소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국회 찬반표결도 여당이 절대다수가 아닌 상태서 신행정수도건설을 적극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넘어 더더욱 국민투표 실시 자체가 불투명하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 또는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는 헌법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의결해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수 이상 투표 참여에 2분의1 이상이 찬성하면 된다.

▷위헌결정이후 충청권은=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 헌법소원에서 기각이나 각하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낙관했던 충청권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위헌 결정 초반의 헌법재판관 탄핵 추진 등의 감정적 대응에서 벗어나 공공기관 유치 등 충청권의 실익을 찾는 방안 모색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도 충청권 민심 달래기에 나서 어느 정도의 보상차원 지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현재 부처별로 헌재의 결정이 경제에 미칠 파장을 분석한 뒤 충청권에 대한 대책 등 보완책을 마련 중에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민간주도로 건설되는 기업도시 등이 충청권에 우선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경우 정부 내에서 여러 갈래 얘기가 나왔지만 충청권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한 후 공공기관까지 이전하면 또 제2의 집중화가 돼 수도권 분산의 지방균형발전정책 취지에 위배돼 비난을 감수할 처지에 놓인다는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기업도시도 신행정수도와 연결돼 충청권 배제론이 수그러들지 않아 정부측에서도 큰 고민거리였다.

헌재 위헌 결정과 상관없이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과 기업도시 건설 등 지방발전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기 때문에 추진과정에서 충청권을 후순위에 둘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가 만약 이마저 충청권을 다른 지역과 동일하게 대하면 충청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 불을 보듯 훤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도 신행정수도건설 대안 카드로 충청권에 행정특별시를 만들겠다는 개발전략을 내놓은 만큼 공공기관 이전, 기업도시 건설 등에 있어 일정정도의 프리미엄이 확보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개헌 추진이나 국민투표 실시 등 정쟁으로 휘말릴 일이 벌어지면 충청권은 말그대로 ‘찬밥’신세를 면할 수 없어 공은 여전히 정치권에서 갖고 있는 셈이다. 이와는 별도로 충청권 자치단체도 나름대로 새로운 발전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헌재의 결정이 번복될 수 없는 상황에서 권익찾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