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땀의 진실러들을 위해…평창올림픽을 응원합니다”
[사람&사람] “땀의 진실러들을 위해…평창올림픽을 응원합니다”
  • 김정애기자
  • 승인 2018.02.21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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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규/도시문화디자이너

 

지난 13일 청주시 철당간을 출발해 평창을 향해 달려
올 겨울 자코메티 특별전 위해 청주∼서울 135㎞ 뛰어
현재까지 46회 응원이벤트 진행…10년간 7000㎞ 달려


아무도 가지 않는 길, 매번 완주할 때마다 성취감 느껴
달리기, 발로 표현하는 글·그림이자 행복이길 바라

도시문화디자이너 송봉규(48·청주시 금천동)씨가 지난 13일 청주시 철당간을 출발해 매일 수십 킬로미터씩 약 230km 구간을 달려 평창을 향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은 강원 둔내터미널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전시 응원 프로젝트를 마친후, 늘 24시간 산소 호흡기를 달고 사는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 올해의 선언 ‘발로부터 가슴에서 머리까지’라는 ‘발가머 프로젝트’를 선언한 이후 세 번째 응원프로젝트가 갑자기 번득였습니다. 발에 온 힘을 쏟아왔고, 쏟고있는 전 세계 땀의 진실러들이 지금 평화올림픽의 상징이 되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온 몸으로 뛰고 있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훅하고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도종환 장관님의 말씀처럼 집에서 통조림을 먹으려다가 펄떡거리는 활어처럼 생생한 현장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88올림픽 이후 30년만의 올림픽이며 어쩌면 우리 생애 마지막 올림픽일지도 모르니까요.”

도시문화디자이너 송봉규(48·청주시 금천동)씨가 지난 13일 청주시 철당간을 출발해 매일 수십 킬로미터씩 평창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유다.

청주에서 문화정책 및 문화기획 등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는 송 씨가 달리기를 통해 어떤 이벤트를 응원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 때 그 경기를 보기 전에 땀 흘리는 선수들과 같은 심정으로 응원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신이 먼저 땀을 흘리고 경기를 보자는 생각에 무심천 하상도로 청남교(꽃다리)에서 율량동 복천탕 입구까지 왕복 10km 구간을 달리고 경기를 관전했다. 흥미로웠던 것은 4강전까지 매 경기 시작 전에 먼저 달리고 관전한 날엔 기적처럼 모두 다 이겼다는 것이다. 마치 자신의 응원이 전달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은 경쟁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페어플레이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가쁜 호흡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과 강릉 컬링경기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전세계 땀의 진실러들이 승리를 위해, 평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경기 현장을 응원 깃발로 화답하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 평창을 향해 달려갑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응원을 결심한 후 올림픽 응원기가 필요했다.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할지 몰라 며칠에 걸쳐 여러 곳을 수소문했다. 충북도청 체육과,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청, 동계올림픽 관계 부서 등과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올림픽 안내 국번없이 1330’에 한 번 더 전화를 걸었다. 가까스로 상담원과 통화된 후 사정을 이야기 하자 통화중에 올림픽 조직위 ‘관중경험’부서와 연결돼 어렵게 올림픽 엠블럼 파일을 받았다. 이 파일을 들고 현수막 가게에 가서 평창올림픽 응원깃발을 제작해 사용하게 됐다. 응원 깃발이 있어야 자신이 달리는 동안 평창올림픽을 응원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준비과정 중 하나다.

출발점은 ‘푸른 하늘에 학이 날고, 용이 뛰놀던 곳’으로 청주의 아카이브이자 랜드마크인 용두사지 철당간(국보 제41호)으로 정했다.

“깃발 없이 오롯이 천년을 서 있던 당간은 바람에 휘날리며 자신의 존재 위치를 알리려는 깃발을 얼마나 그리워할까 생각하게 됐죠.”

이렇게 시작된 그의 응원프로젝트는 2008년 빈센트 반고흐 전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시장 총 31회, 공공미술관 15회에 걸쳐 진행됐다. 거리로는 대략 7천km를 넘고 있다.

한국에서 좋은 전시가 열릴 때마다 전시를 응원하는 달리기를 진행한 셈이다. 건축을 전공한 그는 빈센트 반 고흐 첫 한국전시 때 작가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서울시립미술관까지 달려가 전시를 관람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좋은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혼을 다해 다가가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었던 것이다. 한 예술가가 창작한 멋진 작품을 감상하는데 그만한 대가를 치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그 후 보고 싶은 전시가 열릴 때마다 그곳이 어디든 직접 발로 뛰면서 달려가게 됐다. 좋은 전시를 혼자 보는 것보다는 적극 알려서 함께 보고 싶은 마음에 전시기획 포스터가 담긴 응원 깃발을 제작해 달렸다. 사람들이 왕래하는 도시를 달릴 때 당연히 사람들이 호기심 갖고 보게 되고 전시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다.

도시문화디자이너라는 직함을 스스로 만들게 된 그는 책과 건축, 미술을 통해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고 그로인해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자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좋은 행사나 전시, 좋은 책을 혼자 보는 것이 아깝다는 그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고 그와 함께 소통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단순히 전시 일정을 홍보하는 광고와 달리 일반인들이 제가 깃발을 들고 달리는 모습을 지켜본다면 전달력이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완성된 작품을 관객이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작품의 완성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이나 미술 작품 등 예술가들의 창작품을 적극적으로 관람해주는 관객의 역할이 소중한 것이지요.”

공공미술관의 첫 응원프로젝트는 2008년 5월 대전시립미술관 옆에 있는 이응노미술관 개관1주년 기념전이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청주시립미술관 개관 1주년 기념,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개관1주년 등의 응원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장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열리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을 응원하기 위해 청주에서부터 서울 서초동 한가람미술관까지 7일간 135km를 뛰었다. 공교롭게도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2월 초다.

“한파에 춥긴 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큰 노천탕에 들어갔다는 기분으로 뛰었습니다. 즐길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자코메티 특별전을 응원하게 된 이유는 23년 전 승효상 건축가 특강에서 들었던 자코메티 얘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당시 유명한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와 절친한 사이였다. 자코메티는 사무엘 베케트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를 꾸몄다. 특강에서 승효상 선생이 해준 자코메티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넓은 무대에 앙상한 나뭇가지 하나만 딱 세워놨는데 그게 절제의 미학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는 이야기 였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자코메티의 대표 걸작인 ‘걸어가는 사람’을 원본 석고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작품을 보기 위해 달려온 사람으로서 본 ‘걸어가는 사람’은 특별했다. 최선의 삶을 산 사람의 여유로움 같은 것이었다.

“달리기를 다 완주하고 나서는 바로 쉬는 게 아니라 천천히 걷죠. 그 걸음걸이가 그렇게 좋습니다.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처럼요.”

그는 전시 응원 프로젝트처럼 달리기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싶다는 열망이 크다. 매년 3·1절과 8·15 광복절, 세월호 참사추모 때도 달리기를 통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있다. 올해도 3·1절을 시작으로 청주 용두사지 당간지주와 같이 충북지역에 있는 국보급 문화재를 거점으로 코스를 만들어 뛸 예정이다. 이른바 ‘독립 기념’ 프로젝트다. 8월 15일 광복절에는 일본 오사카에 있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를 중심으로, 빛을 테마로 달리기를 할 예정이다. 청주 도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동네서점, 동네작가 응원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다. 결국 그가 추구하는 것은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가 달리기를 진행하는 방법은 출발지점에서 일정한 목표를 두고 종착지를 정해 완주한 후 대중교통을 이용해 되돌아온 후 이튿날 전날의 종착지에서 다시 출발하는 형식이다. 길게는 40~50km를 달리고 짧게는 20km를 달린다. 달리는 동안 그는 오직 달리기와 숨 쉬는 일에 집중한다. 지난 10년간 가장 의미있던 순간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10년간 꾸준히 하고 있고, 매번 달리기를 완주할 때마다 또 해냈다는 만족감을 느낄때”라고 말했다.

응원프로젝트 외에 그는 평상시 몸을 달련하기 위해 마라톤 풀코스 공식대회에도 참가해 51회를 뛰고 매번 완주했다. 모든 대회를 단 한 번도 포기한적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자랑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달리기 응원프로젝트 때마다 그를 가장 긴장되게 하는 순간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중교통편을 예약해놓고 그 시간에 맞춰 달려야 할 때라고 한다. 그럴 때는 미친 듯이 달리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예약 편을 놓친 적이 없다는 것.

그는 평창에 22일 도착한 후 여자 컬링 4강전을 응원하고 23일에는 강릉에서 남자 아이스하키 3,4위전을 응원할 계획이다. 달리기를 경쟁의 장르에서 예술의 장르로 재탄생 시키는 게 그의 업이 되었다. 달리기가 단순히 운동기능으로서의 달리기가 아니고 “발로 표현하는 글이자, 그림이자, 행복이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도시문화디자이너라는 직함을 스스로 만들게 된 송봉규씨는 책과 건축, 미술을 통해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고 그로인해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자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왼쪽부터 청주시 철당간·충주 목계 터미널·강원 원주터미널에서.
도시문화디자이너라는 직함을 스스로 만들게 된 송봉규씨는 책과 건축, 미술을 통해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고 그로인해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자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왼쪽부터 청주시 철당간·충주 목계 터미널·강원 원주터미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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