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마디) 박구식 청주시 서원구 농축산경제과장

 

최근 도시 근교에 ‘로컬 푸드’라고 간판이 붙은 가게가 눈에 많이 뜨인다. 우리말이 아니기 때문에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로컬 푸드’는 농산물이나 농산 가공품을 판매하는 가게다. 이 가게는 상인이 아닌 농민이 주체가 돼 운영하는 곳으로,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우리 지역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게다.

로컬 푸드 운동은 1990년대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농산물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소비자들에게 검증 가능한 자기 고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애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12년 전북 완주군 용진 로컬 푸드 매장이 처음으로 문을 열면서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게 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청주도 오창농협 로컬 푸드 매장을 비롯해 7곳이 영업 중이다.

로컬 푸드 매장이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기존 유통구조와 다르게 생산한 농산물이 그날 그날 매장에 납품돼 더 신선한 농산물을 살 수 있고, 유통의 중간 단계가 생략됨으로써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로컬 푸드가 모든 농민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매장을 채우려면 여러 품목을 소규모로 재배해 수시로 납품할 수 있는 집약적 농업이 가능한 영세농이나 고령 농가에 적합하고 규모가 큰 전업농은 적합하지 않다.

로컬 푸드 참여 농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전에는 농산물 수집상을 통한 판매로 가격 등락폭이 크고 과잉 생산 시에는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었으나 로컬 푸드 매장으로 납품하면서 판매에 대한 고민도 덜 수 있고 기존 농산물 수집상에게 판매할 때보다 25% 정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뿌듯한 것은 내가 생산한 농산물이 내 이름표를 달고 판매되는 데 자부심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좋은 점도 있지만 설문 조사 결과 이용자인 소비자들이 가장 불만을 표하는 것은 상품의 다양성 부족과 품절된 농산물이 제때 매장에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다. 매장이 잘 운영되려면 소비자와 판매자간 신뢰가 있어야 하고 소비자 욕구에 맞는 지속적인 다양한 품목을 확보하며 농업인은 내가 생산하는 농산물에 애정을 쏟아 안전한 농산물임을 소비자에게 입증해주고 정성스러운 포장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로컬 푸드는 농산물 유통의 일부분이자 농민과 소비자가 서로 상생하며 발전해가는 디딤돌로, 농업인들이 힘겨워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의 높은 파고를 낮출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